연준 긴축 기조 전환·인플레 완화 관측에 무게
지표 호조에 투자자들 자신감 커져
실업률 3.7% 사상 최저 수준...개인소비지출 0.8% 증가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분석에 따르면 뮤추얼펀드와 헤지펀드 등 월가 대형 투자사들이 연준의 긴축 통화정책 기조 전환에 베팅하고 있다. 자금 운용 규모만 4조8000억 달러(약 6270조 원)에 달하는 ‘큰손’들은 산업과 원재료, 에너지 관련 기업 투자 비중을 평소보다 많이 늘렸다. 해당 분야는 경기에 민감한 주들로, 투자자들이 미국 경제를 낙관적으로 전망하고 있다는 의미다. 심각하고 장기적인 침체, 즉 ‘경착륙’을 피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것이다.
최근 경제지표도 ‘연착륙’ 시나리오를 뒷받침한다. 미국 경제 핵심축인 고용과 소비가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미국 실업률은 3.7%로 사상 최저 수준에 머물렀다. 소비도 예상을 깨고 증가세를 나타냈다. 10월 개인소비지출(PCE)은 전달 대비 0.8% 늘었다. 케이티 닉슨 노던트러스트웰스매니지먼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미국 경제가 급격한 경기 침체라는 최악의 상황은 피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물가 움직임도 희망적이다.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보다 7.7% 올랐다. 연준 목표치인 2%를 훨씬 웃돌지만, 올해 1월 이후 상승 폭이 가장 적었다. 무섭게 뛰던 물가가 숨 고르기를 하는 것으로 나타난 만큼 연준이 공격적인 금리 인상에서 속도를 늦출 여유가 생겼다는 분석이다.
월가의 투자 흐름은 최근 잇따른 경기침체 경고와 대조된다. 미국 최대 은행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는 내년 미국 경제가 침체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브라이언 모이니핸 CEO도 “소비자들이 지금은 많은 돈을 지출하고 있지만 증가율이 둔화하고 있다”며 경제 원동력인 소비가 약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물가 전망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다. 슈왑 금융연구센터의 채권 투자 수석 전략가인 캐시 존스는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찍었을지 모르지만 시장이 원하는 만큼 빠르게 가라앉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13일 미국 노동부가 발표할 예정인 11월 CPI 지수가 연준의 향후 정책 기조를 좌우할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스마트 전략가는 “인플레이션 추이를 지켜보면서 변동성 큰 시장에 대비해 현금을 가지고 있으라”고 조언했다.
과거 연준의 긴축정책 시기를 살펴보면 12번 중 9번 경제가 침체에 빠졌다. 경기침체기에 증시는 약 30% 내렸다. 올해 S&P500지수는 17% 하락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