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재건축 안전진단 문턱을 확 낮췄다. 구조 안전성 비중을 기존 50%에서 30%로 낮추고, 2차 안전진단(적정성 평가) 의무 시행을 지자체 재량 시행으로 바꿨다. 또 안전진단 결과 ‘조건부 재건축’(D등급)의 점수 범위도 축소해 곧장 재건축 공사를 시작할 수 있는 ‘재건축’(A~C등급) 비율을 확대한다.
국토교통부는 8일 이런 내용을 담은 ‘재건축 안전진단 합리화 방안’을 발표했다. 국토부는 제도 개선 배경에 대해 “구조 안전 중심 평가와 공공기관 적정성 검토 의무화 등 안전진단 기준을 재건축 규제 수단으로 운영했다”며 “인위적 재건축 규제 수단으로 활용되지 않도록 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먼저 구조안전성 점수 비중은 기존 50%에서 30%로 낮춘다. 주거환경과 설비노후도 점수 비중은 기존 각각 15%와 25%에서 30%로 일괄 상향한다.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은 주거환경 중심 평가 안전진단이 원칙이지만, 현행 구조 안전성 점수 비중은 50%에 달해 재건축 판정 여부가 구조 안전성 점수에 크게 좌우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국토부는 “주거환경과 설비노후도 평가 비중이 확대돼 주거수준 향상과 주민 불편 해소 관련 요구가 평가에 크게 반영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2차 안전진단은 사실상 폐지된다. 앞으로 조건부재건축 판정을 받아도, 공공기관 2차 안전진단을 거치지 않고 지자체가 요청할 때만 예외적으로 2차 안전진단을 시행하도록 한다.
현행 기준은 민간 안전진단기관이 안전진단을 수행(1차 안전진단)한 점수가 조건부재건축에 해당하면, 의무적으로 1차 안전진단 내용 전부에 대하여 국토안전관리원 등 공공기관의 2차 안전진단을 받도록 한다. 하지만 1500가구 기준 2차 안전진단에만 1억 원이 더 들고, 1차 안전진단 소요 기간(3~6개월)보다 더 많은 7개월 이상 걸려 시간과 비용 중복 사용이라는 비판이 많았다.
또 안전진단 결과 즉시 재건축할 수 있는 ‘재건축’ 비율을 높이기 위해 ‘조건부재건축’ 점수 구간을 좁힌다. 현행 조건부재건축 범위는 30~55점이다. 30점 이하 판정을 받은 단지만 재건축 등급을 받을 수 있는 데 지난 2018년 3월 현행 기준 적용 이후 안전진단을 받은 46곳 중 재건축 등급 판정을 받은 곳은 한 곳도 없다. 이에 국토부는 조건부재건축 범위를 45~55점으로 좁히고, 재건축 범위를 45점 이하로 확대한다.
이 밖에 안전진단 내실화를 위해 민간진단기관 교육과 컨설팅 강화, 실태점검을 병행할 계획이다.
조건부재건축 판정을 받은 단지는 관할 지자체장이 지역 내 주택수급 상황을 검토해 정비구역 지정 시기를 조정할 수 있도록 시기조정 방법을 구체화한다. 시장 불안이 예상되면 정비구역 지정을 1년 단위로 조정할 수 있도록 규정할 방침이다.
국토부는 개선 안전진단 기준을 적용하면 안전진단 통과 단지가 많이 늘어나리라 전망했다.
국토부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2018년 3월 이후 기존 안전진단 46개 단지 중 25곳(54.3%)은 ‘유지보수’ 판정을 받아 재건축이 어려웠다. 21곳(45.7%)은 조건부재건축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개선안을 적용하면 유지보수 판정 단지는 11곳(23.9%)으로 줄고, 12곳(26.1%)은 즉시 재건축 판정을 받는다. 조건부재건축 판정 단지도 23곳(50%)으로 늘어난다.
정부는 이번 개선안을 이달 행정 예고한 뒤 다음 달 시행할 계획이다. 권혁진 국토교통부 주택토지실장은 “이번 제도 개선으로 도심 주택공급 기반을 확충하고, 국민의 주거여건을 개선하는 데에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