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가을, 미주(가명) 씨는 정신병원을 퇴원하면서 우리마을로 입소했다. 그녀는 가족과 연락이 끊겨 있었고 입원 전 이웃과 분쟁을 겪은 후 피해의 사고와 불안이 여전히 심한 상태였다. 우리마을로 입소하면서 정신과 약을 먹지 않겠다고 하였고, 작은 일에도 쉽게 분노하였고, 기관과 담당 사회복지사를 믿지 않고 자립훈련 프로그램에도 거의 참여하지 않았다. 결국 입소 4개월 되던 어느 날, 미주 씨는 선생님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고시원에서 혼자 살겠다며 퇴소하였다. 얼마 후, 고시원 주민의 민원제기를 통해 미주 씨는 다시 정신병원으로 강제 입원이 될 수밖에 없었다. 미주 씨는 정신병원에서 여름을 보냈고, 얼마 전 퇴원에 임박하여 그녀가 우리마을로 다시 입소를 원한다는 병원 측의 의뢰서를 받게 되었다. 우리마을 선생님들은 미주 씨가 다시 입소해도 어려움이 반복될 것이라는 걱정을 떨칠 수 없었다. 그런데 그녀가 우리마을에 입소하고 두 달이 지난 지금, 예상과는 다른 모습이다. 이제는 약물복용에 협조적이고, 자립훈련 프로그램에도 열심히 참여한다. 미주 씨는 월드컵 경기를 동료들과 같이 보면서 응원하겠다고, 연락이 끊긴 오빠를 다시 찾아보겠다고 말한다. 지난번과 이번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이렇게 미주 씨가 회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이제 정신과 증상이 ‘치료’되어 그렇다고 그 답을 표현하기엔, 너무 부족하다.
축구 시합에 임박하여, 감독은 선수들의 다양한 변수를 분석하고 최적의 경로를 선택해 승리를 이끌려고 한다. 마찬가지로 사회복지사는 정신적 어려움이 있는 대상자의 다양한 변수를 사정하고 효과적인 회복지원 전략을 세운다. 그러나 감독이나 사회복지사가 의도하는 변수도 중요하지만, 선수나 당사자가 ‘쌓아 온 변수’를 잊어서는 안 된다. 선수들 개개인이 겪었을 수많은 도전과 시행착오, 미주 씨가 삶의 고통에 직면하여 부여잡았던 수많은 선택과 그로 인한 고통 섞인 피와 땀의 방울들, 그것이 모이고 모여서 16강과 회복이라는 그릇을 흘러넘칠 수 있었을 것임을.
황정우 지역사회전환시설 우리마을 시설장·한국정신건강사회복지사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