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마스크는 가오 판츠”…일본이 ‘마스크 프리’를 강제하지 않는 이유

입력 2022-12-07 16:36 수정 2022-12-07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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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 대형 서점에 붙은 ‘마스크 미착용 시 매장출입 불가’ 안내문(연합뉴스)
▲서울 한 대형 서점에 붙은 ‘마스크 미착용 시 매장출입 불가’ 안내문(연합뉴스)

우리 일상에 마스크가 필수품으로 자리 잡은 지 2년 1개월째입니다.

코와 입을 모두 덮는 마스크는 불편함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여름엔 덥고, 겨울엔 습기가 차오르는데요. 폐 마스크로 인한 환경 오염 문제도 심각합니다.

해외 주요국들은 대부분 실내 마스크 착용을‘권고’로 하고 있습니다. 의료·복지·대중교통 등 일부 시설을 제외하고는 자율에 맡기고 있죠. 미국, 프랑스, 네덜란드 등 일부 국가는 마스크 착용 의무화 정책을 아예 없앴습니다.

그런 와중에 대전시가 내년 1월부터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는데요. 6일 한덕수 국무총리는 “전문가들이 ‘1월 말쯤 (실내 마스크 의무 착용 해제) 요건에 달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선제적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죠. 마스크 의무 착용 해제가 다가오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과연 내년 1월이면 마스크를 벗을 수 있을까요?

유명무실해진 ‘마스크 착용 의무화’ 정책

음식점, 카페, 영화관 등 다중밀집시설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화는 실질적인 효력을 잃었습니다.

2020년 1월 20일 국내 첫 코로나 19 확진자가 발생하고, 같은 해 11월 13일 마스크 착용이 의무가 됐습니다. 이전부터 자율적으로 마스크를 쓰고 다니기는 했지만, 위반 시 과태료가 부과된 것은 이때가 처음입니다.

방역 체계가 ‘단계적 일상회복’으로 전환됨에 따라 올해 5월 2일에는 실외 마스크 의무 착용이 해제됐습니다. 9월 26일에는 50인 이상 야외집회나 공연·스포츠 경기 관람할 때도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되는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 전면 해제’가 시행됐죠.

남은 건 ‘실내’ 입니다. 원칙상 음식점·카페에서는 음식을 먹는 경우를 제외하면 상시 마스크를 착용하고, 음식 섭취 시에는 대화를 자제해야 합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가게 입장 후 내내 마스크를 벗고 있습니다.

▲실내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시민들 조현호 기자 hyunho@
▲실내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시민들 조현호 기자 hyunho@

방역보다 ‘쌩얼’ 가리려고…일본에서는 이미 ‘얼굴 팬티’

방역의 의미가 퇴색되며, 화장 안 한 맨 얼굴을 가리거나 추운 겨울 바람에게서 얼굴을 지키는 데서 마스크의 의의를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장기간 마스크를 착용하며 오히려 맨 얼굴을 드러내는 것이 낯설어져 마스크 착용을 계속하겠다는 의견도 보입니다.

일본에서는 올해 ‘얼굴 팬티(顔パンツ·가오 판츠)’라는 신조어가 유행하기도 했습니다. 마스크를 팬티에 빗대어, 마스크가 마치 맨 얼굴을 가리기 위해 입는 속옷처럼 느껴진다는 데서 비롯된 표현입니다.

일본에서는 실외 마스크 규제를 해제한 뒤에도 대부분 일본인들이 마스크를 쓰고 다니고 있습니다. 일본의 한 매체에 따르면 코로나 팬데믹이 종료되더라도 마스크를 ‘반드시 사용’ 혹은 ‘가능한 사용’하겠다는 응답자는 54.5%에 달했습니다.

“맨 얼굴을 보이면 상대가 실망할까봐” 혼자 있는 집에서도 온라인 수업을 들을 때 마스크를 착용한다는 고등학생의 사연과 마스크를 벗으니 “바지를 입지 않은 기분이었다”는 학생 소감도 함께 소개됐죠.

우리나라에도 ‘마기꾼(마스크+사기꾼)’ 농담이 널리 퍼져 있습니다. 마스크를 쓰면 잘생기고 예뻐 보이지만, 마스크를 벗는 순간 환상이 깨진다는 데서 생긴 유행어입니다. 대부분 가볍게 웃어넘기지만, “마기꾼 취급 받을까 봐 마스크 벗는 게 두렵다”고 진지하게 고민하는 사람들도 존재합니다.

▲마스크 쓴 학생들(연합뉴스)
▲마스크 쓴 학생들(연합뉴스)

내년 초 마스크 해제? 마스크 벗기가 두려운 학생들

마스크가 우리 일상을 크게 바꿔 놓은 가운데, 학생들은 정책 변화에 영향을 크게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3년 째 계속되는 코로나 팬데믹에 어린 학생들에게는 마스크 쓰고 숨 쉬는 것이 일상이 되었습니다. 마스크 없는 얼굴은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마스크 없는 일상’으로의 복귀를 꿈꾸는 어른들과는 다릅니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긴 시간을 보내며 교실에서 마스크를 계속 착용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동안 숨쉬기 힘들고, 타인의 표정을 읽는 데 방해가 되며, 선생님과의 의사소통이 어렵다는 마스크 착용의 단점을 겪어 왔죠.

그런데도 학생들이 “마스크를 쓰겠다”고 얘기하는 이유는 ‘마기꾼’이라는 말을 들을까 봐 두렵고, 바이러스가 퍼질까 봐 무섭기 때문입니다. 부모님이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고 혼내는 것이 두렵다고 말하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따라서 아이들에게는 선택권을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를 검토하더라도, 학생들의 감정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는 거죠.

더군다나 겨울에 이르러 코로나 19뿐만 아니라 독감, 감기를 비롯한 전염병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이들은 기침, 감기 등을 주요 증상으로 해 코로나 19로 착각하기 쉽습니다. 코로나 19와 마찬가지로 비말 전파되기도 하죠. 전염병 유행이 잠잠해질 때까지는 실내 마스크 의무 착용 해제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은 7일 브리핑에서 마스크 의무 조정을 내년 1월에서 3월 사이로 보고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달 말에는 코로나 19 위험도에 따른 시설별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방안을 담은 ‘마스크 의무 조정 로드맵’을 발표할 예정이기도 하죠. 내년 봄, 우리는 다시 마스크를 벗게 될까요? 마스크 없는 일상으로의 복귀가 가능할 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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