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의 총파업이 2주째 이어지며 산업계 피해액이 3조5000억 원으로 늘어났다. 석유화학 업계는 공장 가동을 중단해야 할 상황에 놓였고 타이어 업계는 추가 감산에 들어갔다.
7일 산업통상자원부와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화물연대가 총파업에 돌입한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5일까지 철강·석유화학·정유·시멘트·자동차 등 주요 업종에서 총 3조5000억 원의 출하 차질이 발생했다. 피해 규모가 누적되며 지난 6월 파업 당시 피해액인 2조 원을 훌쩍 넘어섰다.
석유화학업계는 누적된 출하 차질로 적재 공간이 부족한 상황이다. 다수 업체는 이르면 이번 주부터 공장 가동을 중단하거나 감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석유화학업계는 공장 중단이 중단되면 하루 평균 1238억 원의 매출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석유화학 업계 관계자는 “파업 후 2주를 버틸 수 있을 것으로 봤는데 오늘부로 2주가 넘어가면서 생산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며 “미리 준비해둔 야적지와 창고도 거의 다 차서 이대로 며칠만 지속되면 공장을 멈출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평중 석유화학협회 본부장은 “대다수 업체에서 재고가 누적돼 더는 쌓아둘 수 없는 한계 상황에 다다랐다”며 “이번 주말이 고비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유업계는 기름 대란을 우려하고 있다. 유가 정보 플랫폼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기준 재고가 소진된 주유소는 78곳이다. 정부는 임시방편으로 군용 탱크로리(유조차) 등을 긴급 투입했지만 재고 소진 주유소는 전날 같은 시간에 비해 3곳이 줄어든 수준이다.
휘발유가 품절된 주유소는 59곳, 경유는 12곳, 휘발유·경우가 모두 품절된 주유소는 7곳으로 확인됐다. 지역별로 보면 △경기 22곳 △서울 13곳 △강원 13곳 △충남 10곳 △대전 9곳 △충북 7곳 △인천 1곳 △경북 1곳 △울산 1곳이다. 비수도권 지역으로 피해가 확산하는 양상이다.
조상범 대한석유협회 대외협력실장은 “화물연대 비가입 기사를 위주로 긴급 수송에 나서고 있지만 기사분들의 피로도가 많이 높아진 상황”이라며 “대체 수송 차량이 줄면 재고가 떨어지는 주유소도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타이어업계는 쌓이는 재고를 감당 못 해 감산에 들어갔다. 금호타이어는 지난달 30일 생산량을 기존의 70%로 줄인 데 이어 이날부터는 30%만 생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금호타이어는 광주와 곡성 공장에서 하루 6만5000개 타이어를 생산하는데 이날부터 생산량이 1만8000개로 줄었다. 평소 생산량의 약 27.7% 수준이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완성차 납품을 위한 OE(신차용 타이어) 물량 일부를 제외하고는 광주와 곡성 공장 모두 제품 출하가 중단된 상태”라며 “파업 장기화가 예상됨에 따라서 부득이하게 생산량 조절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철강업계는 이날부터 제품 출하가 일부 재개됐다. 화물연대 파업으로 하루 8000톤의 철강제품을 출하하지 못했던 현대제철 포항공장과 포스코 포항제철소가 제품 출하를 시작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파업 이후 이날부터 처음으로 제품을 출하하기 시작했지만 완전한 정상화는 이뤄지지 않은 상태”라며 “부분적으로 출하가 진행되고 있으나 파업 이전 수준을 회복하진 못했다”고 말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이날 오전 포스코 포항제철소 3문 앞에서 철강제품 수송 상황을 점검하고 운송에 나선 화물차 기사들을 격려했다.
원 장관은 “화물연대 파업으로 국민이 많이 걱정하고 있고 나라 경제가 어렵다”며 “화물연대 지도부가 조합원들이 더 이상 단체 행동의 눈치를 보지 않고 현장에 복귀할 수 있도록 옳은 판단을 내려달라”고 당부했다.
정부는 정유·철강·석유화학 분야 등에 추가 업무개시명령을 내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르면 8일 임시 국무회의에서 업무개시명령이 발동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업무개시명령이 내려진 시멘트 분야의 경우 차주들의 운송 복귀가 늘어나며 시멘트 출하량이 평시 대비 88% 수준으로 회복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