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이 성공적인 글로벌 임상 3상 결과를 확보한 국산 31호 신약 ‘렉라자’의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제 허가를 추진한다. 국내 적응증 추가는 물론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의약품청(EMA)까지 정조준해 글로벌 블록버스터 탄생을 기대하고 있다.
조욱제 유한양행 사장은 6일 오후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유한양행은 렉라자가 단독요법으로 경쟁약물과 충분히 경쟁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했고, 이를 결과로 증명했다”면서 “글로벌 판권을 가진 얀센과 긴밀하게 논의해 FDA와 EMA 허가 신청에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렉라자는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채(EGFR) 돌연변이 양성 비소세포폐암을 치료하기 위한 3세대 표적항암제이다. 지난해 1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조건부 허가를 받아 그해 8월부터 환자들에게 2차 치료제로 쓰이고 있다.
유한양행이 이번에 발표한 레이저301(LESER301) 임상 결과는 고무적이다. 지난 3일(현지시간) 싱가포르에서 열린 유럽종양학회 아시아총회(ESMO Asia)에서 공개된 데이터에 따르면, 렉라자는 1차 평가변수인 무진행 생존기간(PFS) 20.6개월을 달성했다. 대조군인 아스트라제네카의 1세대 표적항암제 ‘이레사’(성분명 게피티니브)의 PFS는 9.7개월로, 렉라자는질병 진행 및 사망 위험을 55% 감소시켰다.
특히 렉라자는 아시아인 환자군에서도 20.6개월의 PFS를 확인, 경쟁약물인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의 한계를 뛰어넘었다. 타그리소는 임상시험에서 아시아인에 대한 효능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단 이유로 국내에서 1차 치료제로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연구를 주도한 조병철 연세암병원 교수는 “흡연 인구가 줄면서 EGFR 변이 폐암 환자의 비율은 지속 증가 중이며, 말레이시아나 홍콩 등에서는 이미 50%를 넘었다”면서 “이번 데이터는 아시아지역 환자들을 위해 매우 의미있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치료 예후가 좋지 않은 중추신경계(CNS) 전이가 있는 환자군에서도 렉라자 투여군은 16.4개월, 대조군은 9.5개월로 렉라자가 우위를 보였다. 또한, 엑손21 L858R 치환 돌연변이를 가진 환자군에서도 각각 17.8개월, 9.6개월을 나타내 뛰어난 항종양 효과를 입증했다.
2차 평가변수인 객관적반응률(ORR)의 경우 렉라자와 대조군이 각각 76%, 반응지속기간(DOR)은 19.4개월, 8.3개월로 나타났다. 전체생존기간(OS)은 중간분석 결과 투여 후 18개월 시점에서 대조군 대비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으며, 최종 OS 데이터는 내년 말께 공개될 예정이다.
렉라자 투여군에서 나타난 이상반응은 감각이상, 발진, 가려움증 등 경증이 대부분으로 안전성 측면에서도 우수했다. 간질성 폐질환과 같은 이상반응은 2.5% 수준으로 매우 낮았고, 임상적으로 의미있는 심장 독성은 관찰되지 않았다.
조 교수는 “렉라자의 이상반응은 가장 안전한 표적항암제로 꼽히는 게피티니브와 유사한 수준”이라며 “이런 임상 결과를 바탕으로 렉라자는 3세대 1차치료제의 두 번째 표준요법이 될 수 있다고 결론 내렸다”라고 말했다.
유한양행은 내년 초 식약처에 렉라자의 1차 치료 적응증 추가를 위한 심사를 제출할 계획이다. 아울러 글로벌 허가를 위해 얀센과 긴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임효영 유한양행 임상개발부문장(전무)은 “환자들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한편 글로벌 시장도 고려해 국내 약가협상에 임하겠다”면서 “미국 내 인구 구성을 대표할 수 있는 환자군에 대한 임상을 진행해 FDA 허가절차도 문제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레이저301 임상은 이전에 치료를 받은 적 없는 활성 EGFR 돌연변이 양성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 393명(아시아인 258명, 비아시아인 135명)을 대상으로 한국을 포함한 13개국에서 이뤄졌다. 이와 별도로 얀센은 EGFR-MET 타깃 이중 항체 치료제 ‘아미반타맙’과 렉라자를 병용 투여하는 비소세포폐암 1차 및 2차 요법 임상 시험을 진행 중이다.
이에 따라 렉라자는 국산 신약 최초로 연매출 1조 원을 넘는 글로벌 블록버스터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얀센은 지난 10월 컨퍼런스 콜에서 2025년까지 연매출 50억 달러(7조1300억 원)를 넘을 수 있는 파이프라인 중 하나로 아미반타맙과 렉라자 병용 요법을 언급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