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기업 29%가 전년 대비 자금사정 악화
“기업부실 고려한 금리인상 속도 조절 필요”
수출기업 10곳 중 3곳이 작년보다 올해 자금 사정이 악화했으며 현 자금조달 사정이 향후 6개월 이내에 개선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나왔다. 기업들은 안정적인 자금조달 환경 조성을 위한 과제로 금리인상 속도 조절을 꼽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국내 주요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벌인 ‘자금조달 사정 인식조사’ 결과 국내 수출기업 10곳 중 9곳이 향후 6개월 이내에 자금조달 사정이 개선되기 힘들 것으로 전망했다고 5일 밝혔다.
자금조달 상황 개선 시점에 대한 질문에는 ‘당분간 개선되기 어렵다’는 응답이 42%를 기록했다. 이어 △내년 4분기(25%) △내년 3분기(23%) 순이었다. 반면 내년 상반기 안에 자금 상황이 개선될 것이라는 응답 비율은 10%(△내년 1분기 7% △내년 2분기 3%)에 불과해 자금조달 사정이 단기간 내 개선되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됐다.
작년 대비 현재의 자금조달 사정과 관련한 질문에는 조사 대상 기업의 29%가 악화했다고 응답했다. 원활하다는 응답(18%)보다 11%포인트 높았다.
특히 철강(50%)과 일반기계(44.5%), 자동차(33.3%) 업종은 전년 대비 자금사정이 악화한 기업의 비중이 전 업종(29%)보다 높았다. 이들 업종은 경기둔화에 따른 수요 침체, 고환율·고물가로 인한 생산비용 증가 등 경영환경 악화에 대출금리까지 계속 오르며 자금조달 부담이 가중된 것으로 분석됐다.
최근 가장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금조달 방식은 △은행 대출(43.4%) △내부자금 조달(21.4%) △회사채 발행(14.3%) △정부 지원금(14.0%) 순으로 나타났다. 응답 기업의 절반 이상(55%)이 현 자금조달 상황에 가장 부정적인 요인으로 은행 대출금리 상승을 지목해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는 급격한 금리 상승이 기업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의 대출금리는 꾸준히 상승해 지난 10월 5.27%로 유럽 재정위기였던 2012년 9월(5.3%) 이래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대출금리 상승 폭도 0.61%포인트로 외환위기였던 1998년 1월(상승 폭 2.46%포인트) 이후 가장 가팔랐다.
기업들은 안정적인 자금조달 환경 조성을 위해 정부가 우선 추진해야 할 정책과제로 금리인상 속도 조절(25.0%)을 가장 많이 꼽았다. 뒤이어 △정책금융 지원 확대(18.3%) △장기 자금조달 지원(18.0%)도 주요 과제로 응답했다.
유환익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단기자금시장 경색 상황이 쉽게 풀리지 않고 기업대출 금리 상승 폭이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은 상황에서 금리·환율·물가 등 삼중고를 겪고 있는 우리 수출기업들의 상황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며 “대내외 경제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금리인상에 신중을 기하는 동시에 일시적으로 자금경색에 놓인 기업에 대한 정책금융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