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국세수의 일정 비율이 자동으로 교육교부금으로 편성되는 현행 교육예산 편성구조는 경제 규모가 크지 않고 인구가 급격히 증가하던 1970년대 초, 헌법상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국가 인재를 양성한다는 취지에서 도입되었다. 그러나 경제 규모가 충분히 커지고 학령인구는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현재까지도 그 비율은 오히려 높아진 채, 고정비율 자동 편성이라는 구조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이는 저출산 시대에 맞지 않는 교육예산의 지나친 양적 팽창이라는 표면적인 문제를 넘어, 필연적으로 예산 운용의 비효율성을 야기한다는 점에서 큰 우려를 낳는다.
효율적 재정운용을 고려하지 않는 경직적 예산편성은 예산집행의 계획과 평가, 감시체계를 무의미하게 만든다. 국가예산은 엄격한 사전심사를 거친 예산계획서에 따라 집행되어야 하고, 집행된 예산은 엄정한 사후 성과보고를 통하여 평가받아야 한다. 이러한 사전 예산계획과 사후 성과보고에 대한 평가를 토대로 차기 예산배정액을 조정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이러한 절차와 무관하게 일정 비율이 자동 할당되는 교육예산에 있어서, 사전 예산계획이나 사후 성과평가 절차는 맹목적이고 공허하다. 즉, 이미 할당된 돈을 써야 하기에 예산계획이 효율적일 수 없고, 차기 예산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에 엄정한 성과평가 역시 기대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서울시 교육재정은 세입 규모가 세출을 상회하여 매년 재정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고, 서울시교육청은 이러한 누적흑자의 상당 부분을 빚을 갚는 데 사용한다고 한다. 그 결과 서울시교육청의 자산 대비 부채비율은 2017년 14.6%에서 2021년 3.1%로 하락하였다. 물론 혹자는 서울시교육청이 재정수지 흑자로 빚을 청산한 것이 과연 나무랄 일이냐는 주장을 할 수도 있겠지만, 그 시기 그 예산이 다른 곳에 편성되었어야 하는 것 아닌가, 다른 부처 예산이었다면 가능했을까 하는 의문이 제기된다. 서울시교육청의 초중등 교육예산 잉여분이 애초에 만성적인 부족에 시달리는 고등교육 예산으로 편성되었더라면, 혹은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노인복지 예산으로 편성되었더라면 하는 강한 아쉬움이 남는다.
또 다른 예로 제주도의 한 호텔을 매입하여 초중고 학생들의 수학여행지로 활용하려던 울산시교육청의 사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최근 울산시교육청은 울산시 초중고 학생들의 수학여행지로 활용하고자 제주도의 한 호텔을 191억여 원에 매입하는 예산안을 시의회에 제출했으나, 울산시의회 교육위원회가 부결시켰다. 지금 이 시점에 혈세 200억 원을 들여 울산시 학생들 수학여행용 제주도 호텔을 매입하겠다는 계획을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을까? 이는 물론 일정 비율로 할당되는 보통교부금이 아닌 특별교부금 편성을 위해 울산시의회에 요청했던 사항이지만, 국민의 세금을 집행하는 사람으로서의 효율적 예산 운용에 대한 책임감이 전혀 읽히지 않는다.
현재 정부는 초·중등교육에 쓰이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중 교육세 3조 원을 떼어내 대학 등에 지원하는 고등·평생교육특별회계 신설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이는 그동안 소외되었던 고등·평생교육 재정을 확충하는 하나의 방안일 뿐,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을 주목적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 역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일부를 고등·평생교육 지원에 활용하는 개편안이 한시적 방안임을 시도 교육감들에게 밝혔다. 즉,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 대한 수술이 아닌 고등교육 재정에 대한 일시적 지원이라는 의미이다.
결론적으로 교육예산 개편은 일정 비율의 자동편성 방식이 아닌, 재정사업 평가·환류 체계에 의한 차기 연도 예산 배정 방식을 정립하는 것이다. 즉,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많고 적음을 떠나 교육예산의 계획, 집행, 결산 과정에 대한 평가와 반영의 체계를 정립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