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8일 국내 자금시장 경색을 막기 위한 추가 조치에 나선 건 지난달 23일 발표한 '50조 원+α' 규모의 시장 안정대책 이후 회사채 금리 하락 등 불확실성이 일부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지만, 단기자금시장은 여전히 불안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연말, 연초 금융시장 불안이 더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졌다.
일단 정부는 채안펀드 규모를 5조 원으로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추가 투입되는 자금 중 2조5000억 원은 한국은행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 방식으로 지원할 방침이다.
또 시장 부담을 줄이기 위해 12월 국고채 발행 물량을 줄이기로 했으며 한전, 가스공사 등 공공기관도 채권 발행 물량 축소·시기 분산, 은행 대출 전환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선 금융권 유동성 공급이 필수다. 이에 정부는 금융지주 자회사 간 신용공여 한도, 퇴직연금(특별계정) 차입규제, 은행 예대율 규제 등 금융규제도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은행 예대율(예금액 대비 대출액 비율) 규제를 추가로 완화해주기로 했다. 금융위는 지난달 은행 기준 예대율 비율을 6개월간 100%에서 105%로 완화했는데, 이번에는 정부 자금을 재원으로 하는 11종류의 대출(소상공인시장진흥기금 대출 등)을 대출금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이들 대출이 제외될 경우 8~9조 원 정도의 신규 자금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권대영 금융위 상임위원은 "최근 예대율이 높아지면서 금융권에서 정부로부터 받은 자금에 대해 예금과 대출 모두 제외해달라는 요청이 있었다"면서 "11가지 정책자금 대출을 제외키로 했는데, 이 경우 예대율 0.6%의 감소 효과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또 연말·연시 퇴직연금 자금이탈이 우려된다는 지적에 대해 퇴직연금 차입 한도를 한시적으로 완화키로 했다. 퇴직연금 차입한도(현행 10%)를 내년 3월까지 일시적으로 적용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아울러 금융지주 계열사 간 유동성 지원을 위해 신용공여 한도도 내년 3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완화한다.
권 상임위원은 "상대적으로 자금에 여유가 있는 대형 금융회사, 기관투자자·법인 등이 적극적으로 시장 안정을 위해 노력해달라"며 "무엇보다 해당 자금이 실질적으로 꼭 필요한 단기자금 시장 및 기업자금 시장으로 흘러갈 수 있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부동산 추가 규제 완화 대책도 나왔다. 정부는 내달 재건축 안전진단 규제와 등록임대사업자 규제 완화를 골자로 한 대책을 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내년 저성장에 대비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방안도 추가로 내놓을 계획이다.
다만 최근 국내외 주요 기관들이 내년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1%대로 내린 것과 관련해서는 말을 아꼈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기존 2.2% 전망치를 지난 27일 1.8%로 하향 조정했다. 한국은행은 기존 2.1% 전망치를 24일 1.7%로 내렸고, 한국개발연구원(KDI)도 기존 2.3% 전망치를 10일 1.8%로 조정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추경호 부총리는 "다음 달 하순쯤 발표할 내년 경제정책 방향에서 1%대 성장률 대책과 관련해 이야기할 방침"이라며 "현재 여러 대내외 경제 변수도 짚고 있고 정책에 대해서 여러 가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