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자금조달 환경이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국고채 금리가 하락하면 회사채 금리도 하락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현재는 국고채 금리가 내리는데도 회사채 금리가 끊임없이 오르고 있어서다.
2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전날 국고채 3년물과 신용등급 AA- 회사채 3년물 간의 신용스프레드는 165.5bp(1bp=0.01%p)로 나타났다. 정확히 한 달 전이자 정부가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 대책을 내놓았던 지난달 21일 124.1bp였던 것에 비하면 상당히 가파르게 성장한 것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규모기도 하다.
정부가 자금경색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50조 원 이상의 비용을 지원하기로 했지만, 회사채 금리는 끝없이 오르고 있다. 이에 기업들도 회사채 발행에 소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9월 5조3162억 원을 웃돌던 회사채 발행액은 10월 3조6921억 원, 11월 1조4133억 원으로 감소했다. 11월이 약 일주일가량 남았다고 해도 발행액이 현저히 줄어든 것을 알 수 있다.
실제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7일까지 올해 발행된 회사채 264건 중 40건(15.15%)은 수요예측 경쟁률이 1미만 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공모 회사채 시장에서 수요예측 미달이 발생한 회사채도 속출하고 있다. LG유플러스(AA)와 한화솔루션(AA-) 등 신용등급이 높은 우량기업도 기관 수요예측에서 미달 사태가 발생했다. 통영에코파워(A+)는 510억 원 규모의 회사채 전량이 미매각되기도 했다. 삼성이나 SK, 롯데 등의 대기업 계열사들도 7~8%대의 고금리를 부담하며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김준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국고채 금리가 어느 정도 하락 안정세를 이어가면서 회사채 금리 자체도 리스크 자체는 조금씩 낮아지고 있다”며 “다만 가산금리가 국고채 금리의 하락 속도를 못 따라가면서 신용스프레드는 여전히 확대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 대책들이 지속적으로 나오면서 향후 추가적인 확대폭은 어느 정도 제한될 것으로 예상한다”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