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과잉 구조가 고착화하면서 생산량을 줄이기 위한 방안을 두고 많은 대책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쌀 소비를 확대하기 위한 정책은 제대로 이ㅜ러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진행되고 있는 내년 예산안 조정 과정에서 쌀 생산을 줄이기 위한 예산은 모두 1700억 원을 넘어서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예산결산심사소위원회에서 전략작물직불제 예산을 당초 720억 원에서 227억 원을 더해 947억 원으로 확대했다. 이와 함께 754억 원 규모의 논 타작물재배 지원사업 예산을 신규로 반영했다.
타작물재배 지원사업은 논에 쌀이 아닌 타작물을 재배하면 지원금을 주는 것으로 2018년부터 2020년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됐다. 최근 쌀값이 폭락하고 양곡관리법 개정 논의 등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분위기에서 이 사업도 부활했다.
결국 쌀 생산 감소를 위한 예산은 모두 1701억 원에 달한다. 쌀값 감소에 따른 쌀 생산 조정을 위해 국회와 정부가 모두 예산을 증액한 것이다.
매년 20만 톤의 살 과잉이 예상되고 있지만 정작 쌀 과잉 생산의 소비 감소에 대해서는 뚜렷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쌀 소비량은 56.9㎏으로 전년 57.7㎏에서 0.8㎏, 10년 전인 2011년 71.2㎏에서는 약 14㎏이 줄었다. 1990년 119.6㎏과 비교하면 보다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쌀 소비 촉진을 위한 예산은 2019년 64억 원에서 올해는 44억 원 수준으로 오히려 감소했다. 대표적인 쌀 소비 예산으로 손꼽히는 대학생을 위한 '천원의 아침밥' 사업도 올해와 비슷한 5억 원 규모로 추진될 예정이다.
쌀 소비 확대를 위한 쌀 가공 식품 확대 사업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쌀 과잉 기조에 재배면적 감축만으로 대응하는 수급대책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 업계 전문가는 "미국도 쌀 수요 확대 정책에 따라 과거에 비해 지금 오히려 쌀 소비량이 늘어났다"며 "아침 학교 급식 도입이나 쌀 가공품을 개발해 보급하는 등 소비 진작 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최근 열린 '쌀 가공 및 이용 확대를 위한 전문가 토론'에서는 쌀 소비 확대의 대안으로 쌀 가공식품산업 발전이 중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조상현 한국쌀가공식품협회 부장은 "쌀 공급과잉은 소비급감에 따른 구조적 문제로 가공용 쌀 소비 확대로 공급 과잉 문제를 해소하면 된다"며 "여기에 정부는 산업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식품 원료로서 가공용 쌀 정책 수립 및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철호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명예이사장도 "쌀가공산업의 원료 공급이 다소 안정돼 가공용 쌀 소비가 증가하고 있으나 아직도 쌀가공식품산업 육성을 위한 정부정책의 일관성이 부족하다"며 "쌀 소비 확대를 위해서는 햇반, 쌀국수, 가정간편식, 주류 등 쌀가공식품이 잘 소비돼야 하기 때문에 정부가 쌀가공산업 발전과 활성화를 시킬 수 있게 중장기적 계획과 방안을 반드시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