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용산경찰서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이태원 참사 발생 이틀 뒤, 작년과 달리 올해 작동되지 않은 ‘행정의 부재’를 살펴보기 위해 용산구청과 용산경찰서를 대상으로 ‘2021·2022 핼러윈 대책 회의’ 등 정보공개를 청구했었는데 이에 대한 회신이었다. “용산구에서 한 회의는 용산구에서 만든 거잖아요. 생산기관에서 받으시는 게 맞으니까….”
어쩌면 자료를 살펴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산 기관이 아니라서 공개하지 않을 뿐 회의 자료는 경찰서도 보유하고 있다는 뜻일 수 있다. 용산경찰서는 직접 주재한 회의 자료에 한해서 부분 공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외는 자료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자료가 없다는 게 이해되지 않았다. 참석한 회의 기록도 없이 어떻게 안전 대책 계획을 수립한단 말인가. 구청발 자료가 없더라도 경찰 자체 문서는 있어야 했다.
그래서 이의 신청을 했다. 생산 기관이 아니라서 비공개인지 다른 부서에도 자료가 없는지만 확인해달라고 했다. “저희가 어떻게 뒤적뒤적거리면 거기서 받았던 게 있을 수도 있는데….” 담당 경찰관의 난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약 1시간 뒤 그는 다른 부서 역시 자료 자체가 없다고 전했다. 참사 당시 작동되지 않았던 상황실·무너져버린 보고 체계, 행정의 부재가 속속 드러나는 오늘이다. 자료를 찾아도 새로 취합·가공해야 하니 거절했으리라 믿고 싶은 심정이다.
‘부분 공개’라도 받았으니 만족해야 할까. 용산구청은 본지 요청에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 ‘수사 중인 사안’을 이유로 들며 “자료가 공개될 경우 형사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거나 그 직무수행을 현저히 곤란하게 할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했다. 구청은 과거 공개됐던 이태원 핼러윈 회의 문서를 비공개로 전환하기도 했다. 구청의 결정은 이태원 참사를 ‘단순 사고’로 규정하고 그 책임에서 회피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원인을 진단하고 재발방지 대책이 마련되는 과정 속에서 정보를 제대로 기록하지 않으면 아픔은 또 반복될 수 있다. 물론 이같은 비판은 행정 기관만을 향하지 않는다. 이태원 참사 직전 안전 문제를 경고하는 기사는 한 곳도 없었다는 지적 역시 뼈아프게 반성한다. 국정조사를 둘러싼 여야 공방이 아닌 ‘안전한 일상’을 모색하는 정치를 기록할 수 있도록 더 많이 물어야겠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의 명복을 빌며 유족에게도 깊은 위로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