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설마했던’ 트럼프가 또다시 대권에 도전할 수 있는 이유

입력 2022-11-2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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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은 국제경제부 기자

노욕일까, 왕의 귀환일까.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주 세 번째 대권 도전을 선언했다. 그는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이 집권한 지난 2년은 고통과 고난, 절망의 시기였다”면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고 말했다.

여당인 민주당은 그의 대선 출마 선언을 비난하면서도 내심 반겼다. 극단적인 발언으로 분열을 조장하는 데다 내부총질까지 마다하지 않는 트럼프가 공화당에 독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정치 논리와 다르게 사회는 빠르게 양극화되면서 트럼프처럼 ‘사이다’ 같은 인물을 선호하고 있다. 2016년 그의 첫 대권 도전 때도 그랬다. ‘설마 했던’ 트럼프가 백악관에 입성할 수 있었던 힘은 아이러니하게도 ‘사회 분열’이었다. 작금의 상황이라고 다르지 않다. 오늘날 미국은 총기 규제와 낙태 문제 같은 이슈로 사회 분열이 극단적으로 치닫고 있다.

사회가 양극단으로 분열된 것은 미국만이 아니다. 개발도상국뿐만 아니라 선진국에서도 마찬가지다. 역사적으로 보면 경제 불황과 안보 위기감이 닥치면 종종 사회는 양극으로 치닫곤 한다. ‘열대의 트럼프’라고 불리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현 브라질 대통령이 “여성과 흑인은 국가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등의 혐오 발언에도 지지 기반을 유지할 수 있던 것도, 이탈리아에서 독재자 무솔리니가 세운 국가파시스트당 직계 후신인 ‘이탈리아의 형제들’ 출신인 조르자 멜로니가 총리직에 오를 수 있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국은 어떤가. 한편에서는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외치며 거리로 나서고, 다른 한쪽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구속을 주장하고 있다. 협치는 실종되고 여야가 극단적으로 대치하는 구도 속에서 민주주의는 요원해지고 있다.

민주주의가 현존하는 가장 이상적 이념으로 꼽히는 것은 타협을 전제로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회가 양극단으로 치닫게 된다면 민주주의는 제 기능을 할 수 없게 된다. 서로에 대한 타협은 사라지고 약육강식 구도가 이어지면서 결국 힘의 논리인 전체주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한때 민주주의의 최대 경쟁 이념으로 꼽혔지만, 역사 속으로 사라진 줄 알았던 전체주의 망령에 대한 우려는 단순한 기우가 아닐 수 있다.

역사는 반복된다. 과거 히틀러는 경제 대공황 등으로 사회가 어려워지면서 혐오와 극단적인 정책을 통해 ‘합법적으로’ 정권을 잡았다. ‘극단주의’ 세력이 정권을 잡게 되면 그 끝에 ‘파국’만이 남는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better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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