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미국의 중간선거는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제재 정책, 경제적 디커플링(탈동조화) 정책이 지속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바로미터 성격을 갖고 있었다. 러시아와 타협하여 석유 가격을 안정시키고, 중국과 타협하여 물가를 안정시키는 것을 국민이 원할 경우 중국과 러시아를 상대로 한 미국의 전략적 경쟁, 대결 정책은 동력이 약화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 트럼프 대통령 때부터 추진된 중국산 제품의 배제와 미국 내 제조생산 시설을 확대하는 조치, 미·중의 경제적 디커플링 정책은 어느 정도 효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일까?
통계를 보면 미국과 중국의 무역 규모는 유지되고 있으나 디커플링도 동시에 진행 중이다. 2018년부터 미·중 무역갈등이 격화되고 있지만, 2021년 미·중 무역 규모는 6915억 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하였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의 상호 무역 의존도는 줄어 디커플링이 확대되고 있다. 미국 무역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 16.6%로 정점을 찍은 뒤 지속적으로 감소하여 2021년 14.7%로 2%포인트 정도 감소하였다. 중국의 무역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2017년 14.3%에서 2021년 12.5%로 역시 2%포인트 정도 감소하였다.
여전히 미·중 간의 무역 교류가 큰 규모로 유지되고 있는 것은 다양한 생활용품을 공급하는 세계의 공장 중국의 역할을 쉽게 대체하기 어렵고, 이는 한동안 계속될 것임을 보여준다.
최근 독일 숄츠 총리가 많은 기업인을 대동하고 중국을 방문한 것은 미국이 원하는 디커플링이 쉬운 과정이 아니고, 민간 산업 분야에서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또한 금융시장을 해외 자본에 개방하고자 하는 중국의 노력으로 여전히 중국으로 유입되는 서구 자본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디커플링이 전반적으로 확대되기에는 시간이 걸리고 쉽지 않은 문제라는 것을 예상하게 해준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의 전략적 대결은 군사용으로도 쓰일 수 있는 민군 겸용 기술 분야인 반도체, 통신, 인공지능, 바이오 등 첨단산업 중심으로 디커플링이 확대될 전망이다. 정치적 긴장관계가 높아질수록 미·중 간 경제적 디커플링은 주로 새롭게 투자가 요구되는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격화되며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우리나라이다. 2019년 기준 한국의 중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는 25.1%이고, 홍콩을 통한 간접교역을 포함할 경우 31.0%에 달한다. 한국의 중국 투자 건수와 금액도 1, 2위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의 대중국 수출품의 80%, 수입품의 64%가 중간재이고 산업용 원자재 수입의 중국 의존도는 2020년 기준 33.4%에 달한다. 특히 첨단산업인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의 대중국 수출 비중은 50%를 육박한다.
그동안 한국은 중국이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는 데 필요한 중간재를 공급하면서 성장해왔다. 그리고 중국은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한동안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성급하게 한국이 미국을 따라서 중국과 디커플링을 추진할 경우 심각한 경제적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미국과 동맹관계인 한국이 미국이 요구하는 민군 겸용 기술과 산업의 칩4 동맹에 가입할 수밖에 없더라도 미국이 규정하는 민군 겸용 기술 및 산업 범위를 축소하면서 중국과의 기존 무역관계를 지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미국이 고부가가치 산업인 반도체 공장 등의 미국 이전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이에 따라가기만 해서는 주력 산업 기반이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현 상태를 유지하고, 장기적으로는 새롭게 세계의 공장이 될 국가에 중간재를 수출하고, 첨단산업의 중간재 생산 역량을 높여서 미국과 유럽 등의 선진국에 수출하는 전략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