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빠른 금리 인상이 단행되는 만큼 여러가지 부작용이 따를 수 있다. 중앙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는 경우, 그 효과가 실물 경제에 파급되려면 일정 수준의 시간이 필요하다. 6개월 변동 금리 대출을 받고 있는 차주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6개월간은 현재의 대출 금리로 고정되어 있는 차주에게 당장의 기준금리 인상이 주는 영향은 상당히 제한적일 것이다. 다만 6개월 후에는 현재의 기준금리 인상을 오롯이 반영하면서 이자 부담을 높이게 된다. 즉, 기준금리 인상이 영향을 주려면 어느 정도인지 답은 정해져 있지 않지만 일정 수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미 연준은 지난 3월 25bp, 5월 50bp 인상한 이후 6, 7, 9, 11월 FOMC에서 연달아 75bp 금리 인상을 이어갔다. 실제 강한 금리 인상 기조를 보였던 것은 6월 중순 FOMC 이후인데, 현재가 11월 초순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4~5개월 정도가 지났다고 볼 수 있다. 어쩌면 6월 이후 이어졌던 강한 금리 인상의 효과가 아직 실물 경제에는 스며들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지 않겠는가. 마치 감기약을 복용하는 것과 비슷한 원리라고 할 수 있는데, 기침이 많이 나는 환자가 기침을 빨리 가라앉히겠다고 기침약을 먹는다고 해서 바로 증상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일정 수준 시간이 지나야 약효가 나타나게 되는데, 그걸 기다리지 못하고 단기에 효과를 보기 위해 기침약 여러 개를 단숨에 복용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는가. 미 연준 역시 최근 4차례 연속 단행한 자이언트스텝이 미치는 영향이 시차를 두고 나타나는지를, 그리고 그 충격이 어느 정도인지를 체크하고 싶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를 체크한다는 것 역시 문제가 될 수 있다. 여전히 8%를 넘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를 보면 지금 연준이 일정 수준 스탠스를 바꾼다는 것이 상당한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 제압을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는 연준이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시그널을 보낸다면 시장 참여자들은 “연준이 과연 인플레이션을 잡을 의지가 있는 것인가” 하고 의구심을 갖게 될 것이다. 경제 현상은 상당 수준 경제 구성원들의 기대에 영향을 받는 바가 크다. 이런 의구심이 만들어내는 인플레이션 기대 강화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고질병이 된다면 이 역시 연준이 원하는 바라고 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연준은 이른바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지게 된다. 금리 인상을 지금의 속도로 이어가자니 그동안 누적적으로 이어왔던 금리 인상의 충격이 한꺼번에 다가오면서 경제에 상당한 충격을 줄 수 있고, 속도 조절에 나서자니 시장 참여자들이 인플레이션 제압을 표명하는 연준의 의지에 상당한 의구심을 표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이번 FOMC에서는 다음과 같은 변화를 주었다.
우선 속도 조절에 대한 시그널은 명확하게 보냈다. 다음 번 회의부터 금리 인상 속도를 고려해보겠다는 언급을 한 후, 이로 인해 나타나는 연준의 물가 통제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이번 금리 인상을 통해 도달하려고 하는 최종 금리 레벨을 조금 더 높일 수 있음을, 그리고 그 높은 레벨을 일정 기간 이어갈 수 있다는 의사를 나타낸 것이다. 그럼 빠른 속도로 5% 수준까지 인상된 이후 미국 금리 인상이 끝날 수 있었던 것을 느린 속도로 인상하면서 5.25%까지 인상을 하게 되는, 그리고 그 5.25% 수준의 금리가 상당 기간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시장 참여자 입장에서 속도 조절은 긍정적이지만 더 높은 수준의 금리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은 부담으로 다가올 것이다.
더욱 부담이 커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물론 최종 금리 레벨이 높아졌다는 면에서는 그런 의견이 맞을 것이다. 다만, 계속해서 75bp씩 금리 인상을 이어갈 수는 없고 어느 순간에는 속도 조절을 해야 하는데, 물가가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속도 조절을 하기에는 이른 바 “하나를 주고 하나를 받는” 이번 FOMC와 같은 스탠스 변화를 주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었다고 본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어느 방향이건 이번 금리 인상의 정점이 머지않았다는 점은 확인시켜준 것이라고 본다.
속도가 줄어들기 전에 가속도가 먼저 줄어드는 현상, 이번 FOMC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변화의 징후가 강해진 만큼 향후 물가의 향방과 연준의 대응에 보다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