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이시카와현산 고급 포도인 ‘루비로망(Ruby Roman)’의 묘목이 한국으로 유출됐다고 일본 매체가 전했다.
7일 아사히신문은 일본 이시카와현에서 나는 고급 브랜드 포도 ‘루비로망’의 묘목이 해외에 유출된 사실이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루비로망은 넉 달 전 일본 국내 첫 경매에서 한 송이에 150만 엔(약 1420만 원)에 팔린 고급 포도다. 지난해 8월 한국에서 팔린다는 TV 보도를 본 이시카와현의 담당자가 해외 유출을 알게 됐다. 이에 이시카와현 측은 서울 시내 백화점과 고급 슈퍼마켓 등 3개 점포에서 루비로망 3송이를 사들인 뒤 국가 연구기관에 DNA 감정을 의뢰했다. DNA 감정 결과 한국에서 사 온 루비로망은 이시카와현의 루비로망과 유전자형이 일치했다.
보도에 따르면 생육 기간으로 미뤄봤을 때 최소 5년 전에는 묘목이 유출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시카와현은 농가의 묘목 관리를 조사했지만 정확한 유출 경로를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은 고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엄격한 계약을 맺은 현내 농가에 한정해 묘목을 제공하고 있다.
루비로망은 한 알 무게가 20g 이상이며 당도가 18도 이상으로 단맛이 특징이다. 1995년부터 14년에 걸쳐 이시카와현이 개발한 독자 브랜드로 2012년부터 해외로 수출됐다. 지난해에는 홍콩, 대만, 싱가포르 등에서 약 6000만 엔(약 5억7000만 원)에 달하는 판매액을 기록하기도 했다.
다만 한국에서 팔리던 루비로망은 일본 현지에서 생산된 것에 비해 모양이 고르지 않고 색깔이 좋지 않다고 신문이 보도했다. 입자도 작고 당도는 16.7도로 높지만, 이시카와현이 기준으로 하는 18도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전했다.
이런 보도에 일본 네티즌들은 한국이 일본 과일을 훔쳤다며 분노했다. 해당 기사 하단에는 “오랜 시간 품종 개량한 노력을 훔쳤다”, “저열한 행위”,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한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한편 ‘국제식물신품종보호연맹(UPOV)’ 협약에 따르면 출시된 지 6년 이내 신품종에 한해 다른 나라에 품종 등록을 할 수 있게 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시카와현은 출시 6년이 지나고 나서도 한국에 품종 등록을 하지 않아 재배·증식 금지 등의 법적인 조치를 취할 수 없는 상태다.
이시카와현은 상품 가치를 지키기 위해 각국에서의 상표 출원을 서두르고 있다. 대만에서는 이미 등록을 마쳤으며 한국 등 모두 47개 국가와 지역에서 상표 등록을 위한 준비를 진행 중이다.
만약 한국 특허청이 이를 받아들인다면 ‘루비로망’ 명칭을 사용하는 한국 농가들은 로열티(사용료)를 주고 판매 또는 수출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