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라면 등 가공식품 가격이 9.5% 오르면서 13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물류비와 인건비 등 생산비용이 증가한 가운데, 최근 고환율에 따른 수입가격 상승 등으로 업계가 가격을 인상한 영향이다. 가공식품은 한번 가격이 오르면 쉽게 떨어지지 않아 믈가 상승세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6일 통계청 KOSIS(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10월 가공식품 물가지수는 113.18(2020=100)로 1년 전보다 9.5% 상승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5월(10.2%) 이후 13년 5개월 만에 최대 상승 폭이다.
품목별로 보면, 가공식품 총 73개 품목 중 과실주(-3.3%)와 유산균(-2.0%), 그리고 보합을 보인 이유식을 빼면 70개 품목의 가격이 일제히 상승했다. 품목 중에서는 식용유가 1년 전보다 42.8% 오르며 가장 큰 상승 폭을 보였다. 식용유의 원재료인 대두, 대두유, 옥수수 등의 수입 물가가 올라 최근 업계에서 가격을 인상해서다. CJ제일제당은 8월부터 카놀라유(500ml)의 편의점 가격을 5500원에서 7100원으로 29.1% 올렸고, 사조도 7월 압착 올리브유와 카놀라유의 편의점 판매 가격을 각각 17.8%, 20.8%씩 인상했다. 오뚜기는 지난 6월 업소용 식용유(18L)의 가격을 20% 올렸다.
밀가루 가격도 1년 전보다 36.9% 상승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밀 공급이 불안해졌고, 최근 글로벌 이상기후와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수입가격도 상승하고 있어서다. 부침가루(30.8%), 국수(29.7%) 등도 원재료 가격 상승에 따른 최근 업계 인상분이 반영돼 높은 상승세를 보였고, 원유 가격이 오르면서 치즈 가격도 27.9% 올랐다. 배추 가격 상승에 따라 김치 가격도 25.3% 올랐고, 밀가루 가격이 오르면서 빵 가격도 1년 전보다 15.3% 상승했다. 밀가루 등 원재룟값이 상승해 스낵과자(13.8%), 라면(11.7%) 등의 가격도 줄줄이 올랐다.
가공식품 물가는 한번 가격이 오르면 쉽게 떨어지지 않는 '하방 경직성'이 있어 당분간 고물가를 부채질할 전망이다. 앞서 한국은행 6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가공식품 가격은 하방 경직성이 크기 때문에 높아진 물가 오름세가 상당 기간 지속될 수 있다"며 "가공식품 품목의 대다수는 구입 빈도가 높아 가격변동을 민감하게 느끼는 생활물가 품목에 해당하기 때문에 체감물가를 통해 기대인플레이션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가공식품의 물가 기여도는 점점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10월 물가 중 가공식품의 기여도는 0.83%포인트(p)로, 전월(0.75%p)보다 0.08%p 높아졌다. 품목별로 보면 외식(1.13%p)에 이어 두 번째로 기여도가 높은 수준이며,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는 석유류(0.50%p), 공공요금 인상분이 반영된 전기‧가스‧수도(0.48%p)의 기여도보다도 높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 상승이 지속돼 수입 물가가 오르면 이 또한 업계의 추가 인상을 유발할 수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원재료 수입가격 상승의 가공식품 물가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가공식품 물가 상승은 제분, 제당 및 전분, 식용유, 사료 등의 수입곡물 가공품 및 이외 재가공품의 가격 상승이 주요 요인으로 나타났다. 특히, 수입원료를 이용한 식품산업의 원재료비가 제조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4.8%에 달했다. 이는 급여 원가 비중인 8.0%와 비교하면 매우 높은 수준이었다.
정부는 연말까지 5%대 물가 상승률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환석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2일 '물가 상황 점검 회의'에서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5.7%)은 석유류 가격 오름폭 축소 흐름이 이어졌지만, 가공식품 오름세 확대, 전기·도시가스 인상 등으로 5%를 상당폭 웃도는 높은 수준을 지속했다"며 "근원물가가 개인서비스와 내구재를 중심으로 오름세가 확대되고 있어 앞으로 소비자물가가 내년 1분기까지 5%대의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