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실적시즌이 중반기에 접어든 가운데 국내 기업들의 실적 전망치 하향세가 이어지고 있다. 10월초부터 한달여간 발표된 실적의 절반 이상이 시장 기대치를 밑돌고 있다. 전기전자·제약 업종은 기대치를 훌쩍 넘어서는 종목이 나온 반면, 자동차·철강 업종에선 기대치보다 크게 하회한 종목이 집계됐다.
3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실적을 발표한 국내 상장사 가운데 시장 컨센서스가 집계된 111곳의 57.6%(64개)가 컨센서스를 하회한 것으로 집계됐다. 실적 집계가 반환점을 돌고 있는 상황에서 절반이 넘는 상장사가 시장 기대치에 못미친 것이다.
3분기 실적이 컨센서스를 상회한 곳은 전체의 38.7%(43개)로 파악됐다. 실적 턴어라운드를 기록한 곳은 3.6%(4개)로 나타났다.
◇한국조선해양, 기대치보다 133%↑…전기전자·제약 ‘훌쩍’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곳 중 가장 기대치보다 높았던 종목은 한국조선해양으로 집계됐다. 한국조선해양은 3분기 영업이익이 1888억 원으로 시장 컨센서스 대비 133.28%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이로써 한국조선해양은 1년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환율상승의 여파로 매출이 늘었고, 삼호중공업 재계약 호선 매출인식에 따라 영업이익이 개선됐다는 설명이다.
두번째로 기대치 대비 상승률이 높았던 종목은 무림P&P가 차지했다. 무림P&P는 3분기 영업이익 339억 원으로 시장 컨센서스 대비 88.39% 높았다. 국제펄프가격이 사상 최대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국내 유일의 펄프생산업체인 무림P&P이 수혜를 입은 것으로 풀이된다.
박종혈 흥국증권 연구원은 “펄프가격이 무림P&P 영업이익의 주요 요인”이라며 “펄프가격이 손익분기점을 상회하면 펄프부분과 인쇄용지 부문의 수익성이 확대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삼성물산이 시장 기대치 대비 세번째로 높은 실적을 기록했다. 삼성물산은 3분기 영업이익이 7968억 원으로 시장 컨센서스 대비 67.72% 많았다. 대규모 프로젝트 공사 본격화와 해외수주 물량이 늘면서 영업이익이 크게 개선됐다는 게 삼성물산의 설명이다.
업종별로 보면 전기전자와 제약 업종들의 실적 강세가 눈에 띈다. 전기전자 업종으로 분류되는 현대에너지솔루션은 미국향 판매 물량 확대에 힘입어 3분기 영업이익이 시장 컨센서스 대비 58.73% 늘었다. 현대일렉트릭(41.93%)과 효성중공업(29.75%), LG에너지솔루션(28.55%)도 호실적을 기록했다.
제약 업종에서는 바이오니아(37.07%), 삼성바이오로직스(36.65%) 등이 어닝 서프라이즈를 나타냈다. 이명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제약은 3분기 실적도 좋다”며 “꾸준히 속출하는 코로나 확진과 의약품 수요 증가, 제약사의 대면 영업활동 정상화, 환율 효과로 인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파크시스템스(61.01%), HD현대(55.08%), 대우선설(43.83%), 포스코케미칼(42.59%) 등이 시장 기대치 대비 상승률 상위 10위에 이름을 올렸다.
◇한화시스템 99%↓…자동차·철강 종목 ‘풀썩’
반면 한화시스템은 3분기 영업이익이 5억 원에 그치며 시장 컨센서스 대비 98.24%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사업 공백기로 일시적인 쇼크를 나타냈다는 분석이다. 이동헌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요 매출인식 사업인 방산 부문의 종료로 인한 일시적인 매출 감소 영향”이라며 “ICT 부문은 모가진 계열사 사업의 사업기간 연장에 따른 매출 감소와 고정비 부담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한올바이오파마는 3분기 영업이익이 6억 원을 기록, 시장 기대치보다 88.99% 낮았다. 신약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R&D) 투자로 영업이익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업종별로는 자동차와 철강 업종의 부진이 컸다. 자동차는 기아(-60.69%), 현대차(-45.48%)가 동반 위축됐다. 3분기 실적에 엔진 충당금이 추가되면서 비용 부담이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장문수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현대 기아차는 엔진에 대한 충당금이 반영되면서 시장 컨센서스를 하회할 것으로 전망됐다”며 “비용 이슈는 잊고 있었던 엔진 품질 문제를 구조적인 손익 악화 요인으로 인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분명 부정적 요인”이라고 전했다.
철강은 세아베스틸지주(-52.27%), POSCO홀딩스(-39.04%)가 시장 기대치를 큰 폭으로 하회했다. 중국의 경기부진, 달러 강세의 여파로 철강업계 업황이 둔화된 데다 포스코홀딩스의 경우 냉천 범람으로 포스코 포항제철소의 생산이 크게 줄어든 영향이 컸다. 공급은 줄었으나 수요 부족으로 철강 가격이 오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외에 국도화학(-72.85%), RFHIC -60.79%(-60.79%), NH투자증권(-59.44%), 아이센스(-57.44%) 등도 시장 기대치 대비 위축된 실적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