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 증권사, 서비스 시행 중이나 실적 알리기 꺼려
서비스 가장 활발한 증권사도 약정 금액 10억 안 돼
“굳이 소수 단위로 주식을 살 필요 있나요? 앞으로도 소수점 거래 서비스는 이용할 생각이 없어요”- 투자자 김민국(가명·31)씨
“저희 증권사뿐만이 아니라 다른 증권사도 이용 고객 수가 많은 상황은 아녜요”- A 증권사 국내 주식 소수 단위 거래 서비스 담당자
1년의 준비 끝에 ‘국내 주식 소수 단위 거래 서비스’가 시작됐지만,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서비스 개시 전부터 우리 증시에는 황제주(1주당 100만 원 이상인 주식)가 없어 흥행하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이 된 것이다. 다만 서비스가 출시된 지 한 달밖에 안 된 만큼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B 증권사가 서비스를 개시한 날부터 이달 25일까지 투자자들의 소수 단위 주식의 누적 거래 대금은 5억 원 미만이다. 투자자들이 0.1주 단위로 주식을 사려면 증권사에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겠다고 신청해야 하는데, B 증권사에서 이 서비스를 신청한 고객은 5000명 미만이다. 고객이 서비스를 신청하기만 하고, 실제론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이용 고객은 5000명보다 더 적을 것으로 보인다.
소수 단위 거래 서비스란 그간 온전한 주식(온주) 1주 단위로만 투자할 수 있었던 것과 달리 투자자들이 0.1주씩 거래할 수 있게 한 제도다. 금융위는 소수 단위 주식 거래에 대한 시장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2019년 이를 혁신 금융서비스로 지정해 해외 주식 소수 단위를 먼저 허용한 바 있다.
이후 역시 혁신 금융서비스를 통해 국내 주식에 대해서도 소수 단위 거래 서비스가 시작됐다. NH투자증권, KB증권, 미래에셋증권, 키움증권, 한화투자증권이 지난달 26일부터 서비스를 시작했고, 이달 4일부터 삼성증권과 신한투자증권도 이 대열에 합류했다.
증권사들은 소수 단위 주식 거래는 가뭄 수준이라고 했다. C 증권사는 한 달 동안 약 3만 명의 신청을 받았지만 거래 대금은 5억 원 미만을 기록했다. 일부 증권사는 고객 수와 거래대금 공개를 꺼리는 분위기다. D 증권사 관계자는 “숫자가 너무 작아 외부에 알려드리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나마 사정이 나은 E 증권사는 4만 명 넘는 고객을 모았고, 전체 약정 금액은 10억 원 이하다.
투자자들이 소수 단위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이유는 경직된 시장 상황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국에서 시작된 글로벌 긴축 기조에 기준금리가 가파르게 뛰면서 주식 시장에서 자금이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실제 올해 초 국내 주식 시장 거래대금은 18조2925억 원이었으나, 이날 12조7869억 원을 기록했다. 이 탓에 코스피와 코스닥은 올해 들어 24.45%, 33.92% 하락했다.
증시 후퇴에 황제주도 실종 상태다. 지난해 초만 하더라도 LG생활건강이 161만2000원에 거래되고, 엔씨소프트가 97만8000원으로 황제주의 자리를 넘봤다. 하지만 이날 기준 황제주는 단 1종목도 없으며, 그나마 가장 비싼 주식은 삼성바이오로직스(89만6000원)이다. 소수 단위 거래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투자자 박용준(가명·28) 씨는 “어려운 주식 시장에 0.1주 단위로 사고파는 게 메리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해당 서비스가 시행 초기인 만큼 실효성은 좀 더 두고 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투자 심리 자체가 얼어붙어서 새로 투자자가 자금을 넣을 만큼 매력적인 장이 아닌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며 “장이 좋으면 소수 단위 주식 거래도 기대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