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시작된 서울의 아파트값 내림세가 하반기 들어 심화하고 있다. 일대 아파트값을 선도하며 ‘똘똘한 한 채’로 불리는 서울 대장주 역시 속절없이 추락하는 모양새다.
26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전용면적 84㎡형은 이달 16일 17억8500만 원에 계약서를 썼다. 이는 직전 거래인 8월 22억 원에 거래됐던 것보다 4억 원, 지난해 9월 23억8000만 원 대비 5억9500만 원 낮은 금액이다.
강북권도 상황은 비슷하다. 마포구 아현동 ‘마포 래미안 푸르지오’ 전용 59㎡형은 8월 14억5000만 원에 거래가 이뤄져 지난해 9월 17억 원 대비 2억5000만 원 하락했다. 도봉구 ‘동아 청솔’ 전용 84㎡형은 지난해 7월 11억9900만 원에 매매가 이뤄졌지만, 올해 7월 들어 1억9900만 원 떨어진 10억 원에 거래됐다.
마포구 일대에서는 반 토막 실거래가가 등장하면서 ‘마포 쇼크’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중에서도 노른자 입지를 자랑하는 마포구 염리동 ‘염리 삼성 래미안’ 전용 84㎡형이 지난달 21일 8억 원에 거래돼 직전 거래인 지난해 9월 15억4000만 원 대비 반값에 계약서를 쓴 것이다.
마포구 A공인 관계자는 “가족, 친인척 간 거래 등 특수관계인 간 거래에 의한 비정상 가격일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전용 84㎡형이 8억 원에 거래된 후 가격을 수억 원 낮춘 급매물이 나와도 좀처럼 매수자가 나타나질 않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고가 아파트 단지에서는 고점 대비 수 억 원씩 떨어진 거래가 속속 포착되고 있다. 많게는 수십억 원을 호가하는 대장주 아파트는 대출이 어려워 금리 인상의 영향을 적게 받는 편이지만 부동산경기가 지속해서 악화하면서 강남, 강북을 막론하고 몸값이 떨어지고 있다.
서울 내 핵심단지 아파트값이 꺾이면서 고가 아파트와 저가 아파트간 가격 격차도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KB부동산이 발표한 10월 주택가격 동향에 따르면, 이달 전국 상위 20%(5분위) 평균 매매가격은 12억3784만 원, 하위 20%(1분위)는 1억2458만 원으로 나타났다. 상위 20%의 가격을 하위 20% 가격으로 나눈 값인 5분위 배율은 9.93이다. 8월(10.10)과 9월(9.97)에 이어 석 달 연속 내림 세를 기록했다.
이렇듯 서울 대장주 아파트값이 꺾이면서 부동산 시장 심리는 더 위축될 전망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주(17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76.0으로 지난주(76.9) 대비 0.9포인트 떨어졌다. 지난 2019년 6월 둘째 주(76.0)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매매수급지수는 기준선인 ‘100’보다 낮을수록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금리 인상이 단기간에 그쳤다면 대장주 아파트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겠지만, 장기간 인상 국면이 이어지면서 하락 흐름에 동조하고 있다”며 “당분간 금리 인상 기조가 지속하는 만큼 매수세가 살아나긴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