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대표적인 혐오시설로 분류됐던 철도 차량기지를 옮기지 않고, 입체 복합개발하는 방식을 검토한다. 다만 사업 장기화, 여전한 주민 반발 가능성 등은 해결해야 할 과제다.
28일 서울시에 따르면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3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리브고슈를 찾아 서울시내 철도차량기지를 입체 복합개발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서울에는 서울시가 관리하는 9개 철도차량기지와 코레일에서 관리하는 6개 철도차량기지가 있다.
오 시장이 말하는 입체 복합개발은 차량기지 이전 대신 상부에 인공지반을 올리고 그 위에 주거·상업 시설 등 건물 및 녹지를 조성하는 형태를 말한다. 오 시장은 리브고슈를 이러한 입체 복합개발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았다.
파리 리브고슈는 과거 철도 등 교통이 발달한 공업지역이었다. 그러나 철도를 중심으로 도시가 나뉘고, 소음과 진동이 심해 1960년대부터 대표적인 낙후지역으로 인식됐다. 이에 파리시는 철도 상부에 약 30만㎡ 면적의 인공지반을 조성환경 개선을 위해 개발을 진행해왔다.
오 시장은 “리브고슈와 같은 방식을 서울 철도 차량기지에 적용하면 토지 이용도와 경제적 가치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우선 동남권에 있는 수서차량기지의 입체 복합개발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1994년 만들어진 수서차량기지는 전체 20만7904㎡ 규모다. 수서고속철도(SRT),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A노선 등 광역교통이 이곳을 지나 서울의 동남권 관문 역할을 하고 있다. 그간 수서차량기지 이전은 주민들의 숙원이었지만, 이전 후보지 선정이 쉽지 않아 지지부진해왔다. 서울시는 이곳을 입체 복합개발하면 철로 경계로 인한 지역 간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고, 용적률 완화 등을 통해 고밀 개발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사업 이제 막 시작 단계인 만큼 넘어야 할 장애물도 있다. 먼저는 개발 속도다. 오 시장이 예로 들었던 파리 리브고슈의 경우도 개발이 이미 1991년부터 시작해 현재 32년 차지만 마무리되지 못했다. 개발 완료 시기는 2028년으로, 사업 기간이 총 38년에 달한다. 서울시는 수천 억 원에 달하는 사업비 마련은 물론, 이제 막 검토 단계인 만큼 실제 가시화하기까지 장기전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여전히 이전을 원하는 주민들을 중심으로 여전히 반대할 가능성도 있다. 수서차량기지 인근에 있는 자곡동 S공인 관계자는 “차량기지 이전은 이곳에서는 예전부터 중요하게 생각하는 문제”라며 “아직 발표 직전이라 뚜렷한 분위기는 없지만, 존치를 반대하는 주민들 입장에서 충분히 불만을 낼 수도 있을 상황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달리는 노선이 아니라 정적인 차량기지 위에 짓는 방식이라 열차 운행에 크게 방해되지 않아 가능성이 있어, 한번 검토해볼 만한 방식”이면서도 “사업의 장기화나 사업 자금 조달 같은 문제는 복병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