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도 산업재해가 속출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대대적인 산업안전보건 기획감독에 나설 예정이지만, 사후조치 외에 산재를 예방할 뾰족한 수는 없는 상황이다. 당장 기획재정부는 중대재해처벌법 완화를 압박하고 있다.
24일 고용부에 따르면, 15일 경기 평택시 SPC 재빵공장 사망사고 이후 경기 하남시 선우실업 사옥 신축공사 현장, 충남 천안시 북천안가인물류센터 신축공사 현장, 전북 군산시 중앙분구 하수관거 정비사업 현장,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강원 원주시 환경사업소, 경기 안성시 KY로지스 저온물류창고 신축공사 현장, 경북 포항시 동국S&C, 서울 영등포구 월드컵대교 건설공사 현장 등 9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대상 사업장에서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이 중 안성 저온물류창고 신축공사 현장에선 5명의 사상자(사망 3명, 부상 2명)가 발생했다. 하루 1회꼴로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하는 상황이다.
SPL를 계열사로 둔 SPC그룹에선 최근 5년간 재해자 수가 무려 37배나 불어났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은주 정의당 의원이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으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SPC그룹 계열사 산업재해 현황’에 따르면, 파리크라상, 피비파트너즈, 비알코리아, SPL 등 SPC그룹 4대 계열사의 재해자 수는 2017년 4명(사고 4명)에서 지난해 147명(사고 120명, 질병 27명)으로 늘었다. 올해에는 9월까지 115명(사고 99명, 질병 16명)의 재해자가 발생했다. 중대재해처벌법 공포·시행 이후 오히려 재해자 수가 늘어난 상황이다.
산재 속출에 고용부는 SPC그룹을 비롯한 재해 현장에 대해 고강도 기획감독을 실시할 계획이다. SPC삼립, 파리크라상, BR코리아, 샤니, 호남샤니, 에스팜, 설목장, 샌드팜, 호진지리산보천, 오션뷰팜, SPL, SPC Pack 등 SPC그룹 계열사를 불시 감독하고, 식품 혼합기 등 위험 기계·장비를 보유한 전국 13만5000개 사업장에 대해서도 안전조치 이행 여부를 점검한다.
다만, 규제 강화에 대해선 신중하다. 기재부가 나서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개정을 통한 형사처벌 조항 완화를 압박하는 상황에 섣불리 규제 카드를 꺼내 들긴 어려운 처지다. 그나마 고용부의 시행령 개정 방향은 기재부의 요구와 다소 다르다. 고용부는 “법률의 위임범위 내에서 경영책임자의 의무를 명확히 하는 방향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며 “경영계, 노동계 등 사회 각계에서 제시한 의견들을 신중하게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