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서울시 공공서비스에도 파고든 카카오의 빈자리

입력 2022-10-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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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 전인 주말, 평소라면 생각하지도 못했던 상황을 세 번이나 맞닥뜨렸다. 늦은 저녁 친구와 약속이 있어 연락하려던 때였다. 저녁 장소를 공유한 메시지는 한참이나 보내지지 않았다. 결국 통화로 약속장소를 정하고 집을 나서려는 순간 또 당혹감을 느꼈다. 택시를 타고 편하게 가려고 했는데 카카오T 앱이 먹통이 된 것이다. 마지막 난관은 식사를 마치고 계산대에 섰던 때다. 평소처럼 카카오뱅크에 들어가니 공허한 동그라미 표시만 돌아갔다. 일상 곳곳에서 카카오에 의지하고 있었음을 깨달은 순간이었다.

지난 15일 오후 3시 30분께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톡을 포함해 카카오 계열의 각종 서비스가 중단됐다. 전 국민의 90% 이상인 4750만 명이 사용하는 카카오톡부터 시작해 카카오맵, 카카오T, 카카오페이, 멜론 등 많은 서비스에 오류가 발생했다. 약 30시간 만에 카카오톡이 복구되면서 상황은 일단락됐지만, 이른바 ‘카카오 서비스 중단 사태’는 시민들의 일상 전반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문제는 카카오 서비스 중단 사태가 공공의 영역에서 영향을 미쳤다는 점이다. 정부 등 공공기관이 신속하게 서비스를 전달한다는 명목 아래 카카오를 각종 공공서비스에 활용해오고 있다. 특히 서울시도 이번 사태로 TOPIS(서울시 교통정보 시스템), 서울톡, 우리마을가게 상권분석 서비스 등의 운영에 일부 문제를 겪었다. TOPIS는 카카오맵을 활용해 지도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당시 시민들은 주요 도로 현황이나 폐쇄회로(CC)TV 등을 확인할 수 없었다. 이에 생활에 필요한 각종 문의와 민원을 상담해주는 서울시의 인공지능 챗봇 '서울톡'도 재빨리 다른 수단을 마련했다. 수동문자시스템으로 답하거나, 상담원들이 직접 상담하는 방식을 택하면서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민간 기업에 기대고 있는 공공서비스들의 위험 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시가 관리하는 데이터와 민간플랫폼을 활용하는 공공서비스에 대한 데이터 백업, 이중화 조치를 점검하겠다며 대책 마련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비상시 다른 대체 수단을 강구하거나 신뢰도 높은 공공서비스를 위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앞으로도 카카오 같은 민간 서비스는 편의성 측면에서 공공서비스에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시민들의 일상이 다시 멈추지 않도록 다각도로 시스템을 점검해야 할 적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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