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이재명 겨눈 검찰의 칼끝…조적조 시즌2 ‘이적이’

입력 2022-10-24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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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선자금 수사가 본궤도에 오르면서 여야의 공방이 거세지고 있다. 팽팽한 설전이 오가는 중 이 대표의 과거 소셜네트워크(SNS) 행적이 오히려 스스로 운신의 폭을 좁히고 있다. 이재명 대표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곤욕을 치른 ‘조적조’(조국의 적은 조국의 페북)의 행보를 걸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나온다.

부메랑으로 돌아온 ‘정치보복’ 발언

24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정치권은 이 대표의 검찰 수사가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검찰이 측근 소환 조사를 시작으로 최종적으로 이 대표의 소환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 대표는 정치보복을 이유로 강하게 맞서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검찰이 여의도 중앙당사에 있는 민주연구원에 대한 압수수색을 재시도한 것에 대해 “도의는 사라지고 폭력만 남은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제 정치는 사라지고 지배만 하겠다, 지배만 남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과거 SNS 글을 근거로 정치보복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한다.

국회 국민의힘 게시판에 공개된 포스터에는 “도둑을 잡는 건 보복이 아니라 정의일 뿐입니다”, “적폐와 불의를 청산하는 게 정치보복이라면 그런 정치보복은 맨날 해도 됩니다”, “나쁜 짓 하면 혼나고 죄지으면 벌 받는 게 당연, 정치보복이라며 죄짓고도 책임 안 지려는 얕은 수법 이젠 안 통합니다” 등 이 대표의 과거 트윗이 담겼다.

진보 성향 지식인으로 평가받는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도 같은 글을 공유하며 수사 거부 명분이 없음을 지적했다. 진 교수는 “이 분도 참 재밌는 분”이라고 비꼬았다.

이 대표는 당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이전 정부와 관련한 논란이 불거지는 것과 관련해 이명박 전 대통령 측이 “정치보복식 과거사 들추기는 안 된다”며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는 취지의 당시 언론 보도를 공유하며 이 같은 글을 올린 바 있다.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자리에 앉아 있다.(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자리에 앉아 있다.(국회사진기자단)

민주, 거센 반발…이 대표 비판 소수 의견도

민주당은 현직 야당 대표를 수사하려는 검찰과 여당의 압박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조정식 민주당 사무총장은 전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통해 “대선자금 수사는 조작수사”라며 “주가조작, 논문조작도 모자라 이제는 수사조작까지 일삼고 있다”고 밝혔다.

조 사무총장은 “대선자금 수사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향한 ‘논두렁 시계’와 ‘의자가 돈을 먹었다’는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을 떠오르게 한다”며 “지난 1년간 배임과 뇌물 등으로 엮으려다 실패하자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풀어주고 터무니없는 대선자금으로 조작, 둔갑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내에서는 이 대표에 대한 부정적 소수의견도 나타나고 있다. 김해영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대표에게 자진 사퇴를 공개 요구했다. 김 전 의원은 22일 페이스북에 “이재명 대표님, 그만하면 됐다”며 “역사의 무대에서 내려와 주시라”는 글을 올렸다. 이 대표가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불법대선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진 이후 당내에서 처음으로 나온 사퇴 요구다.

이에 대해 박홍근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개별 의견’으로 선을 그었고 진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김 전 의원이 실체적 진실을 알 만한 위치에 계신 분이 아니지 않나”라며 “자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연합뉴스)

침묵 깬 유동규…수사 속도 올리나

이 대표를 둘러싼 의혹의 핵심 인물로 지목되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공사) 기획본부장이 침묵을 깨고 진술하며, 수사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유 전 본부장은 이 대표의 발언에 실망하며 진술 태도를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유 전 본부장은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이 대표가 고(故) 김문기 공사 개발1처장을 모른다고 발언하자 주변에 섭섭함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전까지만 해도 본인이 ‘의리’를 지키겠다며 입을 다물고 있던 유 전 본부장은 이 일을 계기로 심경에 변화가 생겼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지난해 12월 22일 방송 인터뷰 등에서 김 전 처장에 대해 “하위 직원이라 시장 재직 때는 알지 못했다”라고 했다.

검찰 수사로는 이들은 이 대표가 변호사 시절부터 인연을 맺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 대표가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 시절 10차례에 걸쳐 김 전 처장에게 보고받거나 회의를 함께한 사실이 그 근거였다.

두 사람은 2015년 1월 9박 11일 일정으로 호주·뉴질랜드 해외 출장도 다녀왔는데 골프 등 비공식 일정을 함께한 만큼 모르는 사이가 아니라 밀접한 관계였다고 검찰은 밝혔다.

이 대표는 이 발언으로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됐다.

대장동 사업의 주무 부서장이었던 김문기 공사 개발1처장은 지난해 12월 21일 공사 내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김 전 처장은 민간사업자들이 막대한 이익을 거둘 수 있도록 유 전 본부장과 함께 대장동 사업협약서에서 초과 이익환수 조항을 삭제한 핵심 인물로 지목돼 수사를 받던 중이었다. 유 전 본부장이 10여 년간 가깝게 지낸 이 대표 등과 관련한 여러 의혹의 사실관계를 추가로 폭로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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