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몇 차례 유행의 파고를 겪으며 최근 확진자 수, 위중증 환자 수, 사망자 수 등이 다시금 하향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게다가 9월 23일 정부가 실외마스크 착용 의무를 전면 해제하면서 우리 국민의 97%가 코로나 항체를 보유하고 있음을 알렸다. 이제 나라 전체를 뒤흔드는 위기상황이 더 이상 재현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를 품게 한다.
이처럼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유행이 잦아들고 독감과 같은 풍토병으로 인식되면서 오지 않을 것 같았던 우리의 일상도 빠르게 정상화되고 있다. 필자가 체감하는 가장 큰 변화는 대학 캠퍼스이다. 2020년 초부터 다섯 학기 동안 텅 비어 있던 캠퍼스는 돌아온 학생들로 활기가 가득하다. 좋은 계절에 대학들은 앞다투어 축제를 열고 있다. 거리에는 버스킹이, 공연장과 경기장에는 관객과 팬이 돌아왔다. 온라인으로 진행되던 학술대회들도 가을부터는 대면행사로 전환되고, 각종 모임과 회식 약속이 일정표를 채우고 있으며, 올해 송년회는 식당 예약이 어려우니 미리 날짜를 잡자는 동창들의 메시지를 받고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 복지현장에서는 코로나19 방역의 그늘을 접하고 있다. 우리가 다른 선진국보다 인명피해를 줄일 수 있었던 것은 적극적인 방역정책 덕택이었음을 부정할 수는 없으나, 그 과정에서 시행된 광범위한 사회적 거리두기와 각급 학교 및 복지시설의 장기적 폐쇄조치는 예기치 못한 사회적 부작용을 불러 왔다. 몇 가지 경우를 살펴보자.
혼자 사는 많은 어르신들의 평범한 일상에는 동네 노인정이나 노인복지관이 있다. 각종 문화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점심을 해결하며 친구들과 만나 교류할 수 있는 중요한 통로이다. TV를 봐도 노래를 불러도 함께 해야 더 즐겁다. 그런데 코로나 방역정책으로 노인정과 복지관이 오랫동안 문을 닫으며 ‘함께 하는 일상’이 중단되었다.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대부분이 되면서 노인들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이 악화했을 뿐 아니라 대화와 소통의 부족으로 인지능력이 저하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최근 노인복지 현장의 전문가들은 어르신들의 치매위험이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급격히 상승하고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이동이 어렵거나 돌봄이 필요한 장애인들도 마찬가지이다. 장애인복지관과 주간돌봄센터 등이 폐쇄되면서 장애인과 그 가족들이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가 크게 감소하였다. 그 결과는 가족의 부담으로 남겨지거나 아니면 돌봄의 공백으로 남아 있거나, 둘 중 하나이다. 지적장애나 발달장애를 가진 장애인들이 재활프로그램 참여가 어려워지면서 증상이 악화되는 경우가 많았고, 이동이 어려운 장애인들과 돌봄 독박의 상황에 처한 가족의 고립 문제도 심각해졌다는 연구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학교와 보육시설의 폐쇄 문제는 더 심각하고 다차원적이며 장기적인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팬데믹 초기부터 툭하면 폐쇄된 보육시설과 학교에서는 정상적인 교육과정이 진행되지 못하며 아동의 발달과 학업성취도에 큰 격차를 발생시켰다. 자녀들의 온라인 학습을 지도하며 학교의 공백을 메워나간 전업맘과 아이들이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며 연월차만으로는 돌봄의 문제를 감당하지 못했던 워킹맘의 상황이 극명하게 대비되었다. 많은 여성들이 직장을 떠나거나 육아휴직에 돌입하며 경력단절(중단) 여성이 되었고, 전반적인 여성의 고용률 하락으로 이어졌다. 코로나로 인한 고용의 충격이 여성에 집중되었다는 성평등 차원의 지적도 간과할 수 없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광범위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사회적 고립과 외로움을 심화시켰다는 것은 모든 국가에서 벌어진 공통의 현상이다. 그러나 우리보다 훨씬 큰 인명피해를 냈던 대부분의 선진국들이 학교와 복지시설의 폐쇄(셧다운)만큼은 최소화하려 노력하였다. 취약계층에 복지시설은 사회와의 연결을 확인하는 마지막 보루이고, 학교는 아이들의 학습뿐 아니라 부모의 돌봄 부담과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팬데믹은 언제든 다시 올 수 있다. 일상이 회복되어가는 지금, 코로나19 방역정책을 되돌아보고 체계적으로 평가하여 미래를 대비하는 매뉴얼을 정비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