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 가격보다 경유 가격이 높은 ‘역전현상’이 132일째 이어지고 있다. 겨울철을 앞두고 경유 가격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는 가운데 당분간 이 격차가 더 벌어질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온다.
21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전국 주유소 경유 판매 가격은 전날보다 2.72원 오른 리터(ℓ)당 1848.22원, 휘발유는 전날보다 0.41원 오른 리터당 1664.80원으로 집계됐다. 경유와 휘발유의 평균 가격 차이는 리터당 약 183원이다.
국내에서 경유는 휘발유보다 ‘저렴한 기름’으로 통했다. 그러나 지난 5월 11일 경유 가격이 휘발유 가격을 14년 만에 처음으로 추월한 이후 엎치락뒤치락 반복했다. 6월 13일부터 휘발유보다 비싼 상태를 지속하고 있고 이날까지 132일째다.
가격 역전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이유는 경유의 유류세 인하 효과가 휘발유보다 적은 데다 세계적으로 수요보다 공급이 부족한 탓이다.
사실 국제 시장에서는 통상적으로 경유가 휘발유보다 더 비싸게 거래된다. 휘발유보다 경유의 수요가 더 많기 때문이다. 휘발유는 주로 승용차 연료로 쓰이지만, 경유는 화물차량이나 난방용 등 산업 전반에 사용된다.
국제 시세와 반대로 국내에서 경유가 휘발유보다 쌌던 이유는 정부가 휘발유에 더 많은 유류세를 물렸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올해 정부가 유류세를 인하하자 혜택이 휘발유에 집중됐다. 똑같이 37%를 인하했지만, 휘발유는 리터당 약 304원, 경유는 약 212원을 할인한 효과가 발생했다.
게다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전 세계적인 경유 수급난이 심화하고 있다. 러시아가 유럽으로 공급하는 천연가스(LNG)를 줄이면서 가격이 폭등했고, 그 대체재로 경유 수요가 늘어난 탓이다.
앞으로 2~3주 동안은 경유와 휘발유 가격 격차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국제유가는 통상 2~3주의 간격을 두고 국내 가격에 반영된다. 국제 휘발유 가격은 지난달 넷째 주 배럴당 90.7달러에서 이달 첫째 주(10~14일) 92.2달러로 1.5달러 상승했다. 국제 경유 가격은 같은 기간 134.3달러에서 140달러로 5.7달러 올랐다. 국제 경유 가격 상승 폭이 휘발유보다 4배가량 높다.
정유업계와 전문가들은 겨울철 경유 수요를 고려하면 가격 역전 현상이 최소한 올겨울까지는 지속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조상범 대한석유협회 실장은 “겨울철이 되면 휘발유는 수요가 주춤하는 반면 경유는 수요가 늘어나게 된다”며 “전 세계적인 경유 수급 차질이 단시간 내에 해결되기는 어려우므로 가격 역전 현상이 겨울까지는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준환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동절기 유럽에서 경유 수급 상황이 더 힘들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 때문에 올겨울까지는 가격 차이가 최소한 지금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제 유가가 안정되고 유럽발 에너지 위기가 완화돼야 역전현상이 해소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