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이 2% 아래로 떨어질 것이란 암울한 전망이 나왔다. 글로벌 통화긴축과 고물가 등으로 인한 세계 경기 침체가 우리 경제 성장을 약화시킨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현재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는 고용 시장이 내년 급격히 위축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1%에서 2.0%로 0.1%포인트(p) 하향 조정했다. 내년 세계적인 고물가와 통화긴축 흐름 지속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으로 글로벌 경기가 침체돼 우리 성장률도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에 앞서 국제 신용평가사인 피치는 이보다 어두운 전망을 내놨다. 내년 우리 경제 성장률이 1.9%로 내려간다는 전망이다.
국내 기관에서도 1%대 성장 가능성이 제기됐다. 18일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2023년 경제·금융시장 전망 보고서’를 통해 “2023년 국내 경제가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파급효과가 본격화되면서 성장률이 1.8%로 둔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우리 수출 전망이 좋지 않고 물가 상승과 금리인상으로 민간 소비마저 위축될 것이라는 게 연구소의 설명이다.
현재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 성장세가 둔화를 보이고 있는 것이 이러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지난달 수출은 글로벌 경기 둔화 여파로 전월(6.6%)보다 낮은 2.8%의 증가율(전년대비)을 기록했다. 최대 주력 품목인 반도체 수출과 대중(對中) 수출 감소 지속이 우리 수출 성장세를 약화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수출을 중심으로 내수마저 부진 흐름을 보인다면 호조세를 보이고 있는 고용시장에도 찬바람이 불 수 있다는 점이다. 통계청의 취업자 통계에서 우려 징후가 감지되고 있다.
올해 9월 취업자 수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70만7000명 늘면서 증가세를 지속했지만 증가 폭은 5월에 이어 4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통계청은 현재 경기 불확실성이 커 고용 호조세가 언제까지 지속될 지 전망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최근 ‘2023년 및 중기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내년 고용시장이 세계 경제 침체 등으로 급격히 위축될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내년 연간 취업자 수는 올해보다 8만6000명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 같은 증가폭은 올해 연간 취업자 증가폭 추정치(79만5000명)과 비교하면 9분의 1 수준(10.8%)이다. 기재부가 올해 6월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제시한 내년도 취업자 증가 전망치(15만 명)에도 한참을 못 미친다.
예정처는 "미·중 무역갈등 심화, 주요국 통화긴축 정책에 따른 경제 둔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에 따라 세계 경제와 국제 교역이 위축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는 국내 고용의 하방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