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가나초코우유”…푸르밀 사업 종료에 노조 “불법 해고” 반발

입력 2022-10-18 13:58 수정 2022-10-18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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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푸르밀 인스타그램
▲출처=푸르밀 인스타그램

바나나킥우유와 가나 초코 우유, 비피더스 등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유가공 전문 기업 푸르밀이 적자 누적으로 내달 사업을 접기로 결정해서다. 하지만 깔끔한 퇴장은 아니다. 사업 종료에 따라 직원을 모두 정리 해고하기로 했다. 이에 푸르밀 노동조합은 “불법 해고”라며 반발하고 있다.

◇노조측 “정직원 350명 죽으라는 얘기…오너가 행위 몰상식”

푸르밀은 최근 전 직원에게 메일을 보내 사업 종료와 정리해고를 통지했다. 정리해고 대상은 푸르밀 임직원 약 406명으로 시점은 다음 달 30일이다.

회사 측은 메일을 통해 “4년 이상 매출 감소와 적자가 누적돼 내부 자구노력으로 회사 자산의 담보 제공 등 특단의 대책을 찾아봤지만 가시적인 성과가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돼 부득이하게 사업을 종료한다”면서 “당초 50일 전까지 해고 통보해야 하나 불가피한 사정에 따라 정리 해고를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푸르밀 노동조합(노조)은 18일 입장문을 내고 “모든 적자 원인이 오너 경영 무능함에서 비롯됐지만 전 직원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불법적인 해고를 진행하고 있다”며 “신준호·동환 부자의 비인간적이고 몰상식한 행위에 분노를 느끼고 배신감이 든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성곤 푸르밀 노조 위원장은 모든 적자의 원인이 오너의 경영 무능함에서 비롯됐지만 전직원에게 책임을 전가시키며 불법적인 해고를 진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 측에 따르면 회사의 위기는 2018년 신준호 회장의 차남인 신동환 대표이사가 취임해 오너 체제로 전환된 직후부터 시작됐다는 것이다. 실제 신 대표 취임 첫 해인 2018년 푸르밀은 매출 2301억 원과 영업손실 15억 원 적자를 기록했고, 지난해에도 매출 1800억 원과 영업손실 124억 원 적자로 역성장했다.

김 위원장은 “신 회장은 대선주조 매각 시 ‘먹튀’(먹고 튀기) 논란으로 사회적 지탄까지 받았으며 배임·횡령 등으로 검찰 조사까지 받았다”며 “직원들 사이에서는 신 회장의 퇴사가 계획적인 회사정리에 따른 수순이라는 의혹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신 회장은 올해 초 퇴직금 약 30억 원을 받고 푸르밀에서 퇴사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서울 영등포 소재 본사로 출퇴근을 하며 모든 업무지시 및 보고를 받고 있고, 직원들 해고를 지시하고 있다”면서 “직원들의 가정을 파탄시키며 죽음으로 내모는 살인 행위이며, 푸르밀에 관련된 직송농가들, 협력업체직원 약 50명, 화물차 기사들 약 100명의 생계까지 끊어 놓으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매출 내리막에 4년 연속 ‘적자’…최근 LG생건에 매각 실패

지난 1978년 설립된 롯데우유를 모태로 한 푸르밀은 2007년 롯데그룹에서 분사하며 사명을 바꿨다. 10여 년 전만 하더라도 푸르밀은 비피더스, 가나초코우유 등 여러 히트작을 보유했다. 여러 제품이 성공하면서 푸르밀 연간 매출은 3000억 원에 달했다. 하지만 유제폼 의존도가 높은 사업 구조를 바꾸지 못해 내리막길을 걸었다.

신 회장은 신격호 롯데그룹 창업주의 넷째 동생이다. 지난 2018년 신 회장과 차남 신 대표가 공동대표에 취임했지만 반등에 실패했다.

지난 2018년 2301억 원, 2019년 2046억 원, 2020년 1878억 원에 이어 지난해 1799억 원으로 매출 감소세가 뚜렷했다. 영업이익도 4년 연속 적자다. 업계 1위 서울우유의 지난해 매출은 1조8434억 원으로 2020년 1조7549억 원보다 5.0% 성장한 것과 대조된다.

우유 시장 전망도 부정적이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우유 및 유제품 생산 소비 상황’에 따르면 국내 흰 우유 소비 추이는 2019년 138만 톤에서 2020년 136만 톤으로 줄었다. 10년 간 지속적인 하락세다. 우리나라 사람의 75%가 유당을 소화하지 못하는 유당불내증이라는 점이 널리 알려졌고, 심각한 저출산 등 이유는 복합적이다.

회사 매각도 실패했다. 최근 음료 사업 다각화에 나선 LG생활건강과 매각 협상을 진행했지만, 노후화된 설비와 가치 평가에 대한 이견으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LG생활건강은 지난달 5일자로 푸르밀 인수를 진행하지 않는 것으로 최종 결정했다고 공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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