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홍콩 등 동남아 국가 진출은 소기의 성과
하림 ‘더(The)미식 장인라면’(이하 장인라면)이 14일 출시 1주년을 맞이했지만 부진한 국내 시장 성적표에 웃지 못했다. 기존 라면보다 가격이 2배 이상 비싸지만, 전체 라면 매출액 순위에서 20위 내 진입에 실패했다. 다만 동남아시아 국가에 수출된 점은 소기의 성과로 꼽힌다.
13일 시장조사기관 닐슨IQ코리아에 따르면 올해 8월 누적 기준 라면 브랜드 매출액 순위에서 장인라면은 ‘톱(Top)20’에 이름이 없다. 이 조사는 라면 4사(농심·오뚜기·삼양식품·팔도)뿐만 아니라 하림, 풀무원 등 모든 제조사 브랜드를 대상으로 했다.
매출액 순위에서 장인라면이 톱20에 들어가지 못한 점은 하림으로서 뼈아프다. 장인라면 가격(2200원)은 1000원 미만인 기존 라면과 비교했을 때 2배 이상 비싸다.
라면업계 관계자는 “농심 신라면, 오뚜기 진라면과 같은 기존 스테디셀러 제품들이 강세를 보이는 라면 시장에서 장인라면이 향후에도 매출액 순위 20위에 진입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측했다.
지난해 10월 장인라면 출시 당시 하림은 품질을 적극적으로 앞세웠다. 실제 육수는 사골과 소고기, 닭고기 등 육류 재료와 버섯, 양파 등 각종 양념 채소를 20시간 끓여 만들었다. 나트륨양은 기존 라면(1650~1880mg)보다 훨씬 적은 1430mg으로 낮췄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이 직접 제품 출시 행사에 참석해 "5년 전 라면 개발을 시작했다"며 “자연의 신선한 식재료로 만들어 상위 기준을 충족한 제품”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룹의 전폭적인 지원에도 장인라면은 비싼 가격 때문에 소비자들로부터 외면 받았다. 1000원보다 저렴한 가격에 배를 채울 수 있다는 이유로 라면을 구매하는 고객들이 장인라면에 매력을 느끼지 못한 것이다.
역대급 인플레이션도 장인라면에겐 악재였다. 유례없는 물가 상승으로 지갑이 얇아진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기존 라면보다 2배 이상 비싼 제품을 선뜻 구매하기 어려워졌다.
성과가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장인라면은 올해 상반기 동안 말레이시아, 홍콩, 싱가포르, 대만,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5개국에 진출했다. 장인라면 모델로 활동한 배우 이정재의 영향으로 장인라면은 동남아에서 ‘이정재 라면’으로 불리고 있다. 이정재 효과로 장인라면의 올해 상반기 수출액은 작년 약 2개월간 수출 금액의 13배에 달한다.
수출 성공에도 하림은 고민에 빠졌다. 국내 시장에서 장인라면의 부진이 계속 이어지면 하림의 향후 사업 구상에 차질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하림은 육계업체를 넘어 종합식품기업으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올해 5월에는 즉석밥 ‘더미식 밥’을 출시했다. 하림은 ‘더 미식 브랜드’를 가정간편식(HMR) 브랜드로 키워 1조50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