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넥실리스 정읍 5공장은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기술력이 집약된 '스마트 팩토리'입니다. 대부분 자체 개발한 기술로, 노하우가 많이 쌓였기에 해외 공장 설립도 크게 걱정하지 않습니다. 이번 주요 지역 해외 공장 설립으로 2차 전지 핵심 소재 시장을 선점하겠습니다."
박원철 SKC 대표는 동박(얇은 구리판)사업 투자사 SK넥실리스 정읍 공장을 언론에 공개하고 최근 발표한 해외 공장 진출 계획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SKC는 오는 2025년까지 해외에 20만 톤 규모 동박 공장을 설립할 계획이다. 현재 국내 생산량이 5만2000톤 수준이란 점을 고려하면 생산능력이 5배 수준이 되는 셈이다.
SKC가 정읍공장을 언론에 공개한 것은 자체 기술력에 대한 자부심과 향후 해외시장 진출 청사진을 제시하기 위해서다. 정읍공장은 1996년 지어져 2003년부터 전지용 동박을 생산해왔다. 지난해 5공장, 올해 6공장을 완공했는데 이는 자체 분류 기준 '4세대' 스마트 팩토리라고 했다.
정읍 5공장은 기계가 쉴 새 없이 돌아가며 동박을 생산하고 있다. 눈에 띄는 점은 커다란 공장에 기계만 돌아가고 있고 사람이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5공장의 경우 대부분 공정이 자동으로 이뤄지며 일부 공정에만 소수의 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동박은 얼핏 보기에는 마치 종잇장 같이 얇았는데, 실제 두께가 종이보다 얇은 4마이크로에 불과하다고 했다. 머리카락 굵기(60마이크로에서 100마이크로) 보다 얇은 수준이다. 공장 관계자는 동박 샘플을 보여주면서 '칼날보다 얇으니 조심하라'고 했다. SK넥실리스는 이런 두께의 동박을 최대 77㎞ 길이의 동박을 1.4m 폭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동박롤은 개당 6톤에 달한다.
제어실에서 버튼 하나만 누르면 천장의 자동 크레인과 바닥의 무인운반차가 정확하게 움직여 이 동박롤을 옮긴다. 제품 이상 유무를 확인하기 위해 도입한 로봇이 샘플을 분석실까지 안전하고 신속하게 전달한다. 이 동박은 전세계의 이차전지 제조 고객사에 공급돼 전기차용 배터리 음극의 핵심소재로 쓰인다.
SKC는 SK넥실리스 정읍 5, 6공장과 같은 최신 설비를 고스란히 동남아와 유럽, 북미 지역으로 옮겨 ‘글로벌 생산체제’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지난해 7월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에 연간 5만 톤 규모 공장을, 올해 6월 폴란드 스탈로바볼라에도 같은 규모의 공장을 착공했다.
북미 투자 후보 지역은 미국과 캐나다 내 4곳으로 압축해 검토하고 있으며 4분기 내 확정할 계획이다. 특히 북미 지역은 세계 최대 전기차 생산지이자 소비 시장으로 꼽히지만 이차전지용 동박 수요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최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 등으로 역내 생산 수요가 빠르게 확대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에 SKC는 고객사에 보다 밀착해 요청사항에 대응할 수 있도록 미국과 캐나다 두 곳에서 동시에 증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글로벌 동박 업계 처음으로 고객사와 협력해 전용설비 구축도 추진한다. SKC는 고객사를 미리 확보해 더욱 안정적으로 증설을 추진하고, 고객사는 자사 제품에 최적화한 고품질 동박을 확보해 공정 수율을 대폭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2025년 북미 지역 증설이 완료되면 SKC는 한국을 전략, R&D, 인력양성 및 고부가 제품생산 거점으로, 말레이시아 공장은 원가 우위 기반의 아시아 공략의 교두보로 삼을 계획이다. 또 폴란드와 북미 공장은 현지 고객사에 밀착 대응하는 전초기지로 삼는다. 이를 통해 2025년까지 글로벌 핵심 거점마다 업계 최고 수준의 설비를 확보하며 세계 최대 생산능력을 갖출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올해 6월 SKC는 모태 사업이었던 필름사업을 매각하기로 했다. SKC는 이번 매각 대금과 지난해 KDB산업은행과 금융협력 협약에서 확보한 5조 원 등을 바탕으로 미래 성장동력 사업을 본궤도에 올리고, 글로벌 인수·합병(M&A)에 나선다.
박 대표는 "현재 이차전지 업체 중 배터리 음극재로 쓰이는 동박을 자체 조달하는 곳이 없다"며 "해외 공장 진출은 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것이다. 일부 진출 지역은 고객사와 장기계약을 체결하는 안건도 조율 중"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