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부정적 행동의 극단에서 죄, 혹은 병이 존재하는데, 그렇다면 어떤 것이 죄이고 어떤 것이 병이란 말인가? 정신장애 진단 통계편람(DSM)에 따르면, 아동 청소년기의 심각한 반사회적, 파탄적 행동문제에 대해 ‘품행장애’라는 진단을 내릴 수 있다. 그리고 이런 품행장애 문제가 18세 이상에서도 지속한다면 ‘반사회적 성격장애’로의 진단이 고려된다. 이런 병적 기준과는 별도로, 행동 결과적인 사법판단에서는 이들의 행동이 죄로 규정된다. 그리고 최근에 대두된 ‘촉법소년’ 이슈에 대해 이들의 제한 연령을 낮추려는 법 개정이 진행되고 있다. 이것은 특정 가해자를 교화시키고 치료하는 것보다는 예측되는 다수의 피해자를 더 보호하자는 의도의 사회적 선택이었으리라. 정신건강 전문가로서도 교도소, 혹은 치료감호소, 심지어 정신병원에서조차 이들을 징벌적 대상자로 취급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아기가 태어나면 부모가 미성숙한 아기를 위한 ‘돌봄’을 제공한다. 그리고 그 아기가 커서 아이가 되면, 지식과 기술을 습득하고 인격을 갖춰 갈 수 있도록 사회가 ‘교육’을 제공한다. 그런데 그 아이가 성인이 돼서도 옳지 못한 일을 하거나 죄를 짓는다면 국가는 ‘징벌’을 통해 잘못된 품성이나 행동을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한편, 그 잘못된 품성이나 행동이 병이라고 규정된다면 전문가가 ‘치료’를 제공해야 할 것이다. 인간은 부모와 사회로부터의 돌봄이나 교육, 그리고 징벌에 순응하지만, 때로는 반항하고 결국엔 복수심까지 품는다고 아들러(Adler)가 말했다. 이러한 타인과 사회에 대한 복수의 마음을 다루는 것이 치료일 것인데, 이것은 병자와 치료자 모두의 성숙도를 필요로 하는 도전이며, 우리 사회의 과제이기도 하다.
황정우 지역사회전환시설 우리마을 시설장·한국정신건강사회복지사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