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내서 주식하다 쪽박 찰라…자취 감춘 ‘빚투개미’

입력 2022-10-11 14:25 수정 2022-10-12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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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거래융자잔고 8월 ‘19조’ → 9월 ‘17조’ → 10월 ‘16조’
반대매매 금액 140억원…9월 말 대비 57% 급감

(그래픽=신미영 기자 win8226@)
(그래픽=신미영 기자 win8226@)

서머랠리에 증가세를 보이던 ‘빚투개미’(빚을 내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가 역대 두 번째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앞두고 자취를 감췄다. 금리인상 속에 하락장이 짙어지면서 수익은커녕 원금 보전도 불확실해졌기 때문이다.

1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가 빚을 내서 주식에 투자하는 신용거래융자잔고는 지난 6일 기준 16조5641억 원으로 집계됐다. 신용거래융자잔고는 국내 증시가 ‘태조이방원’(태양광·조선·2차전지·방산·원자력) 섹터를 중심으로 서머랠리를 펼치자 7월 18조 원대, 8월 19조 원대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9월 들어 증시가 급락세를 보이면서 다시 17조 원대로 줄어든 데 이어 10월 들어선 16조 원대까지 떨어졌다.

돈을 빌려 주식을 사고서 이를 갚지 못해 강제 처분되는 반대매매도 감소세로 돌아섰다. 위탁매매 미수금 대비 실제 반대매매 금액은 6일 기준 140억 원으로 9월 말 324억 원 대비 57% 급감했다.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 비중도 15.8%에서 7.3%로 축소됐다.

빚투개미는 금리인상과 더불어 지수가 낙폭을 키우자 크게 줄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12일 다시 한번 빅스텝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전히 물가 오름세가 높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긴축 지속으로 한·미 금리 격차가 추가로 벌어질 가능성이 큰 탓이다. 여기에 코스피 지수가 9월 이후 10% 이상 하락하는 등 약세가 짙어지면서 반대매매 노출 우려도 커진 점이 투심 위축으로 이어졌다.

한은의 빅스텝으로 기준금리가 연 3.0%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되면서 빚투개미들의 부담은 더 커질 전망이다. 증권사들의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은 10%대를 돌파하기 시작했다. 유안타증권의 151일 이상 기준금리는 10.3%로 10%를 넘었다. 삼성증권(최고 9.8%), DB금융투자(9.7%), 하이투자증권(9.6%), 신한투자증권·KB증권·키움증권·한양증권·SK증권(9.5%) 등이 10%에 육박하는 이자율을 부과하고 있다. 9월 들어 NH투자증권, 부국증권, BNK투자증권, 상상인증권, 유안타증권, KB증권, 하이투자증권, 한양증권 등이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을 인상했다.

한은이 11월 추가 금리 인상까지 나서게 되면, 현재 최고 10% 초반인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은 11%에 달할 수도 있다. 이자율이 11%를 기록하는 건 2년 만이다. 증권 업계에선 연준의 금리 인상 보폭에 맞춰 한은이 11월에도 빅스텝에 나서는 ’더블 빅스텝‘ 가능성이 거론된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연준이 연내 남은 두 번의 회의에서 75bp, 50bp 인상을 고수할 경우 한은도 10월과 11월 연속 빅스텝 가능성이 있다”라고 전망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국내 증시의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 환율 상승과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로 해외 자금이 국내 증시에 빠져나갈 우려가 크다. 주가 하락에 반대매매가 일어나면 빚투개미는 손실을 보고, 증시는 쏟아지는 매물로 추가 하방 압력을 받을 수 있다. 1월과 6월 반대매매로 인한 코스피 지수 급락은 -12% 내외에서 일단락된 바 있다. 현재 코스피 낙폭은 8월 고점 이후 -14% 수준에 도달했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금융시장 노이즈가 상존한 상황에서 추가적 변동성 확대를 배제하기 어렵다”며 “급락 구간에서 신용융자 청산 물량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라고 분석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대매매 출회에 따른 급격한 추가 하락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판단된다”라면서도 “하지만 미 연준의 경기침체를 감수한 기준금리 인상, 한국은행의 불가피한 동반 기준금리 인상, 경기둔화로 인한 2023년 기업이익 불확실성, 신흥국 크레딧 리스크 발생 가능성은 여전히 상존한다”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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