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잡을 쓰지 않아 경찰에 체포된 후 사망한 20대 여성의 사인이 구타가 아닌 질환 때문이라는 발표가 나왔다.
7일(현지시간) AFP통신 등 외신은 이란 법의학기구가 이날 국영 TV를 통해 “마흐사 아미니(22)의 사망은 머리, 사지, 생명 유지와 관련 있는 장기 등에 대한 강타 때문이 아니다”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아미니는 지난 9월13일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서 풍속 단속 경찰에 체포돼 조사를 받았다. 하지만 조사를 받던 중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고 결국 의식불명에 빠진 뒤 3일 만에 사망했다.
아미니의 의문사가 알려지며 이란 전역에서 대대적인 시위가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수천 명이 체포되고 최소 133명 이상이 사망했다는 것이 인권 단체 이란휴먼라이츠(IHR)의 주장이다.
이러한 가운데 아미니의 사인이 정부의 폭행이 아닌 기저질환에 의한 것이라는 정부의 발표가 나왔다. 법의학기구는 “그의 사망은 8세 때 받은 뇌종양 수술과도 관련 있다”라며 뇌에 산소 공급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는 대뇌 저산소증에 의해 발생한 다발성 장기부전이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한 근거로 법의학기구는 아미니의 뇌와 폐 컴퓨터단층촬영(CT) 결과, 부검 및 병리학 검사 등을 함께 공개했다. 앞서 아미니의 질병을 부인해왔던 가족들은 이번 발표에 대해 별도의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한편 이란에서는 3주째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20일 수도 테헤란에서 시위를 벌이다 실종된 니카 샤카라미(16)가 숨진 채 발견됐다는 사실이 처근 알려지며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같은 달 30일에는 도냐 라드라는 여성이 테헤란의 식당에서 히잡을 쓰지 않고 식사를 하던 중 찍힌 사진이 SNS에 퍼지며 당국에 소환됐고, 이후 교도소로 옮겨진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