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I 1%대 상승
미국 “OPEC+가 러시아와 협력” 맹비난
전략비축유 추가 방출 예고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기타 산유국 협의체인 OPEC 플러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이후 최대 규모의 감산에 합의했다. 조 바이든 미국 정부는 격분한 반응을 보이면서 OPEC+의 가격 통제력을 꺾어 놓겠다고 공표했다.
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OPEC+ 회원국들은 팬데믹 이후 처음 열린 이날 대면 회의에서 내달부터 하루 200만 배럴의 석유를 감산하기로 했다.
하이탐 알가이스 OPEC 사무총장은 기자회견에서 “OPEC+는 에너지 시장에 안정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회원국들은 에너지 시장을 위협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향후 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선 “모든 것엔 대가가 있고 에너지 안보도 그렇다”고 덧붙였다.
압둘아지즈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에너지장관은 ‘OPEC이 석유를 무기화한다’는 질문에 “매우 도발적인 질문”이라며 “교전이 어디서 벌어지고 있는지 정확히 제시하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그의 대답과 달리 회의에 참석했던 러시아는 석유 수입국들에 엄포를 놓았다. 알렉산드르 노박 러시아 부총리는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에서 “시장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감축은 필요하다”며 “러시아는 유가 상한제를 채택하는 국가들에 석유를 판매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6월 배럴당 120달러(약 17만 원)를 웃돌았지만, 경기침체 우려 속에 현재는 80달러 선에 머물고 있다. OPEC+가 대규모 감산을 결정한 이유다. 이날 감산 소식에 WTI는 1%대 상승했다.
티미프레 실바 나이지리아 석유장관은 “OPEC+는 배럴당 90달러 수준의 유가를 원한다”며 “많은 회원국이 내년 예산을 이 가격대에 기초해 설정하고 있어서 그렇지 않으면 경제가 불안정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OPEC+가 러시아와 손잡고 있다고 맹비난하며 추가 대응을 예고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세계 경제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을 다루는 상황에서 OPEC의 감산 결정은 근시안적”이라며 “오늘 발표로 OPEC+가 러시아와 협력하고 있다는 것이 분명해졌다”고 성토했다.
또 “오늘 조치에 따라 행정부는 에너지 가격에 대한 OPEC의 통제력을 줄이기 위한 추가 도구를 놓고 의회와 협의할 것”이라며 “조 바이든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에너지부는 다음 달 전략 비축유 1000만 배럴을 추가로 시장에 공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상원 법사위원회가 지난 5월 유가 담합에서 자국 기업과 소비자를 보호하는 취지로 통과시킨 ‘석유생산수출카르텔금지(NOPEC)’ 법안이 통제력을 꺾을 추가 도구로 거론되고 있다. 이 법이 본의회에서 통과되면 그동안 미국의 반독점 법률에서 주권 면책 조항을 통해 소송 대상에서 제외됐던 OPEC+ 산유국과 해당 국가 에너지 기업들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이후 빈 살만 사우디 장관은 백악관 반발에 관한 질문에 “우린 석유와 에너지 정책에 관해서만 논한다”며 즉답을 피했다. 다만 “시장이 변하지 않는 이상 공급 억제는 2023년 말까지 유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X의 로한 레디 애널리스트는 “이번 결정으로 인해 변동성이 시장에 돌아올 가능성이 있고 유가는 다시 배럴당 1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며 “경제 회복에 대한 우려에도 석유 시장은 여전히 빡빡하고, 이는 4분기 가격 역풍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에너지애스펙츠의 야세르 엘귄디 연구책임자는 “사우디는 유가를 배럴당 100달러 이상으로 되돌리려 하고 있다”며 “OPEC+는 더는 가격이 떨어지지 않도록 노력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