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종료 예정이었던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에 대한 ‘코로나19 대출’의 만기연장과 원금·이자 상환유예 조치가 한 번 더 연장된다. 2020년 4월 시행한 후 벌써 다섯 번째다.
정부가 27일 채무 연장을 결정한 것은 ‘3고(고금리·고물가·고환율)’로 어려움에 처한 중기 자영업자가 빚을 못 갚아 금융권이 부실해지는 것을 막기 위한 고육책이다. 환율 충격에 금융시장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금융권 부실까지 불거지면 수습이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여기엔 자영업자 표를 의식한 정치권의 잇따른 재연장 요구도 작용했다.
이형주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영업 회복이 미진한 가운데 당초 예정대로 9월 말 만기 연장·상환유예 조치를 종료할 경우 자영업자·중소기업들이 대거 채무불이행에 빠질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역설적으로 중기 자영업자의 부실 가능성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금융권의 만기연장·상환유예 지원 규모는 올해 6월 말까지 362조4000억 원이다. 이 제도를 이용 중인 차주는 57만 명으로 규모는 141조 원이다. 부실 가능성이 큰 이자유예 조치 대상도 9월 말 현재 3만8000명에 16조7000억 원에 달한다. 신용평가사 나이스평가정보가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6월 말 현재 개인사업자 대출을 받은 자영업자는 325만327명으로 이 중 3곳 이상의 금융사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는 41만4964명(12.8%)이었다. 자영업 다중채무자의 대출액도 195조 원에 달했다. 전체 자영업 대출액(688조 원)의 28.4%다. 40∼50대가 절반을 넘었다. 다중채무자 1인당 평균 대출액은 4억6992만 원이다. 2년 반 동안 코로나19 충격을 빚으로 버텨온 자영업자들이 한계상황을 맞고 있다는 의미다. 금리 상승으로 이자조차 갚지 못하는 취약차주도 크게 늘고 있다.
정부의 긴급 처방으로 중기 자영업자의 상환 부담은 덜었지만 ‘깜깜이 부실’은 더 커지게 됐다. 이자상환까지 유예돼 부실규모 파악조차 쉽지 않다. 상환능력 없는 부실 차주의 리스크만 더 키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매출 증가 등 상환 능력 제고 대신 채무만 증가하는 좀비 사업자의 연명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연장이 끝나면 대출금과 쌓인 이자를 갚지 못해 파산하는 개인사업자들이 속출할 수 있다. 이미 위험수위를 넘은 가계부채까지 겹치면 심각한 금융위기로 번질 수도 있다.
대출 부실화를 막기 위한 정교한 대책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자율협약 과정에서 ‘좀비 사업자’를 걸러내는 금융기관의 옥석 가리기가 관건이다. 정부는 약속대로 상환유예 차주의 상환계획 제출과 ‘새출발기금’을 이용한 상환부담 조정 등 연착륙 상황을 철저히 챙겨야 한다. 상환유예 조치가 부실을 늦추는 수단이 되지 않도록 상환능력을 정확히 평가할 수 있도록 현장 점검도 중요하다. 도덕적 해이 차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