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업계 모두 산자중기위 방문해 호소, “인상 불가피” vs “막아달라”
민간으로 공 돌린 국회…내달 10일 레미콘사 무기한 ‘셧다운’
최근 시멘트 가격 인상을 두고 시멘트업계와 레미콘업계 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이달 1일부터 인상된 시멘트값에 대해 두 업계 간 교류는 일절 진행되지 않고 ‘강대강’ 대치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두 업계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중기위)를 방문해 각기 다른 입장으로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이번 논란은 오는 국정감사와 내달 10일에 열리는 레미콘사들의 무기한 ‘셧다운’ 등으로 커질 전망이다.
26일 본지 취재 결과 내달 4일부터 시작되는 국회 산자중기위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전근식 한일ㆍ한일현대시멘트 대표가 채택됐다. 산자중기위 소속 김경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 대표의 신문요지로 ‘시멘트 가격인상 강요 사실확인 및 산업부 갈등조정, 상생방안 촉구’를 적어냈다. 그동안 중소레미콘업계가 시멘트값 인상으로 원가 부담이 가중되고 건설사와의 가격협상에서도 낮은 위치로 납품단가를 보장받지 못하는 등 경영악화에 직면했다고 국회에 호소한 결과다.
이날도 레미콘업계는 윤관석 산자중기위원장과 김민기 국토위원장을 찾아 중소레미콘 업계 현안과 애로사항을 전달했다.
윤택진 중소레미콘업계 비상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은 “시멘트업계가 작년에 가격인상 시 레미콘사와 논의 후 인상안을 결정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를 어겼다”며 “상생의 마인드가 없고 일방적으로 가격 인상한 것을 철회하고, 시멘트사를 국회에 불러서 이유를 알아봐달라고 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레미콘업계는 종합 국감에도 시멘트값을 인상한 시멘트사 대표들을 증인으로 채택해달라고 요청했다.
시멘트업계도 레미콘사들의 국회 행보 전 먼저 국회를 방문했다. 지난 6일 이현준 한국시멘트협회장(쌍용C&E 사장)은 윤관석 위원장을 만나 매년 반복되는 시멘트 수급대란과 우크라이나 사태로 촉발된 국제 유연탄 가격 상승 등이 시멘트업계가 당면한 각종 위기의 주요 원인임을 설명했다.
이현준 회장은 “시멘트 제조의 주 연료인 유연탄 가격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빠르게 상승한 뒤, 2년간 무려 7배 이상 급등했다”며 “원ㆍ달러 환율까지 치솟으면서 가중된 원가부담을 시멘트업체가 감내하기에는 이미 한계상황을 넘어섰다”고 호소했다.
이어 “레미콘업계와 건설업계의 반발에 대해서는 국회, 정부, 관련 업계 등과 잘 협력해서 상호간에 원만한 해결방안을 마련하는 데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두 업계의 애로사항을 들은 산자중기위는 어느 편에 서지 않고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윤관석 산자중기위원장은 시멘트사에겐 우크라이나 전쟁, 코로나 팬데믹 지속으로 인해 글로벌 자원 위기가 상시화되는 상황에 우려감을 표했으며, 레미콘사에겐 “이번 사태가 조속히 해결될 수 있도록 산자위 차원에서 다양한 각도로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산자중기위 측은 사실상 공을 두 업계로 돌려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간 갈등을 중재할 자리는 만들지만, 국회가 나서서 두 업계의 잘잘못을 가릴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산자중기위 관계자는 “팽팽하게 대립하는 측면에서 민간 업계 간 갈등을 조율하고 복잡한 현안을 정리하는 차원 정도”이며 “이번 국감도 질타하는 자리가 아닌 상생협력을 위한 자리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레미콘업계는 내달 10일 시멘트사의 전향적인 반응이 없을 시 내달 10일부터 무기한 조업을 중단하는 단체행동에 나설 방침이다. 레미콘업계 관계자는 “가격 인상 논의하자고 러브콜을 보내고 시멘트사에 공문도 전달했지만 아직도 답보상태”라며 “무기한 셧다운밖에 답이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