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진료’ 판독소견서 거짓 작성…대법 “의료법 위반”

입력 2022-09-22 12:03 수정 2022-09-22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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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 판독업체 운영하며 공보의에 판독 의뢰
소견서엔 자신 이름 올려…“진료부 허위작성”
大法, ‘의료법 위반’ 벌금 400만원 원심 유지

‘비대면 진료’를 통해 판독소견서를 거짓으로 작성해도 ‘의료법 위반’이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세계 대유행)으로 원격 진료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의미 있는 판결로 보인다.

▲서울 서초동 대법원. (뉴시스)
▲서울 서초동 대법원. (뉴시스)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22일 공중보건의사로 근무하는 의사에게 판독을 의뢰하고, 판독소견서에는 자신의 이름을 올린 영상의학과의원 원장에게 ‘의료법 위반’ 책임을 물어 벌금 400만 원을 선고한 원심 판단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판독을 대신해 주며 판독소견서를 원장 이름으로 올리도록 하고 일정금액을 받은 공중보건의에게도 벌금 400만 원을 확정했다. 해당 영상의학과의원과 판독업무를 위탁처리하면서 유령의 상근 영상의학과 전문의를 등록, 가산금을 받아낸 한 종합병원 원무과 직원 역시 400만 원의 벌금형이 확정됐다.

이 사건 영상의학과의원 원장은 방사선 판독업무를 담당한 의사로 하여금 원장 자신의 아이디로 전산프로그램에 접속하도록 해 ‘원격’으로 판독소견서들을 작성하게 했다. 판독 담당 의사는 소견서들에 전자서명을 하지 않았는데, 검찰은 이런 행위들이 의료법 위반죄(판독소견서 거짓 작성 및 판독소견서 미서명)에 해당한다며 기소했다.

1심은 검찰 공소사실을 전부 인정하며 유죄를 선고했다. 원장에 벌금 1200만 원을, 공중보건의에겐 벌금 500만 원을 각각 선고했다. 종합병원 원무과 직원도 100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다른 의사에게 영상 판독을 의뢰하고, 판독소견서에는 자신의 이름을 올려 급여비를 받아낸 원격 판독 업체 대표의 의료법 위반죄 형량을 높게 책정했다. 판독 업무를 담당하는 의사가 없음에도 거짓으로 상근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있는 것처럼 등록하고,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부당하게 요양급여비용을 받아낸 원무과 직원의 형량이 다음으로 무겁게 정해졌다.

1심 법원은 “의료법 제21조 제1항에 의해 의사가 자신의 이름으로 진료기록부를 작성하도록 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 처벌하도록 한 취지는 환자 정보를 정확하게 기록해 환자치료에 이용하도록 함과 동시에 다른 의료관련 종사자에게도 정보를 제공해 적정한 의료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고, 의료행위가 종료된 이후에는 그 의료행위의 적정성을 판단하는 자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하는 것”이라며 “의료법 제22조 제3항에서 정한 ‘진료기록부 등’의 거짓 작성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일부 유죄를 인정했다. 세 명에게 부과된 벌금 액수는 모두 400만 원으로 낮췄다. 2심은 주위적 공소사실인 ‘방사선 판독소견서 거짓 작성’을 무죄로, 예비적 공소사실인 ‘판독소견서 미서명’을 유죄로 각각 인정했다.

예비적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 판단 부분(판독소견서 미서명)을 피고인이 상고하면서 대법원에서 쟁점이 됐다. 주위적 공소사실(방사선 판독소견서 거짓 작성)을 무죄로 판단한 부분에 대해서는 검사가 상고하지 않아 상고심에서 심리 대상이 되지 않았다.

의료법 제22조 제1항에서 의료행위에 관한 사항과 의견을 상세히 기록하고 서명하도록 규정한 ‘진료기록부 등’은 의료인이 직접 대면치료를 한 경우에만 작성되는 문서를 의미하는지, 원격 진료를 한 경우를 포함하는지 여부가 문제가 됐다.

직접 대면진료를 한 때 작성되는 문서만 이 조항의 진료기록부에 해당한다면, 원격 진료에 따른 판독소견서에 대한 미서명 행위를 의료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을 수긍하며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의료법 제22조 제1항의 필수적 서명대상인 진료기록부에, 원격 진료에 따른 판독소견서가 포함된다고 판단한 원심에 법리 오해의 잘못이 없다”며 유죄를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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