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연가 톤당 5% 오른 110만원
현대제철 파업 땐 수급 '이중고'
차ㆍ조선 등 산업계 도미노 충격
포스코 포항제철소가 태풍 ‘힌남노’로 초유의 피해 사태를 겪은 가운데 포스코발 ‘포스코플레이션’(POSCO+Inflation) 불가피해졌다.
20일 본지 취재 결과, 철강 완제품 가격이 들썩이고 있고 포스코 3분기 실적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포스코홀딩스의 올해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2조5671억 원, 1조5780억 원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3분기와 비교했을 때 매출은 9.4%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49.4% 감소한 수치다.
지난 16일 기준 국내 열연 유통 가격은 톤당 110만 원으로, 전주 대비 4.8%가량 올랐다. 스테인리스(STS) 열연 유통가격의 경우, 톤당 420만 원을 기록, 전주 대비 5%가량 증가했다. 스테인리스 냉연 유통가격 역시 톤당 430만 원으로 동기 대비 4.9%가량 치솟았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대형제강사, 제철사에서 유통사로 물량을 내리는 과정에서 가격 협상이 굉장히 여러 번 이뤄진다. 여기에 심리가 시장에 많이 반영된다”고 밝혔다. 포스코발 우려가 확산하면서 향후 가격이 더욱 오를 수 있다는 심리적 요인이 컸다는 설명이다. 다만, 가격이 계속 오르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수급 대란도 우려된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강판, 선재 등 포항제철소에 특화한 품목에 수급 영향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상황에서 현대제철 노동조합까지 파업을 예고하면서 철강재 수급에 빨간불이 켜졌다. 현대제철 노조는 기본급 16만5200원 인상, 지난해 영업이익 15% 성과급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현대자동차와 기아, 현대모비스가 지급한 400만 원의 특별 격려금과 같은 수준의 보상을 해달라며 당진제철소 사장실을 140일 넘게 점거하고 있다.
문제는 현대제철 노조가 실제 파업에 돌입한다면 국내 철강 수급에 차질이 생긴다. 이로 인해 산업계 전반에 충격파가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 포항제철소가 태풍 피해 복구 작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정상 가동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태풍 ‘힌남노’로 인해 생산을 중단한 포항제철소의 빈자리를 현대제철이 대신해 줄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후판과 선재 등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생산되지 않거나 대체 생산 능력이 부족한 품목의 경우 현대제철이 대신 공급해주길 기대했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서 파업은 철강재 수급 대란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그로 인한 조선, 자동차 업계 피해도 커질 것”이라며 “정부에서도 나서서 철강 수급 안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대제철 노조) 파업까지 터지면 산업계에 막대한 파장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러한 사태는 조선용 후판 협상까지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그동안 포스코는 두께 6㎜ 이상인 선박용 후판의 절반가량을 공급해왔다. 철강업계 다른 관계자는 “그동안 조선업계 목소리가 셌는데, 이번 포스코발 악재로 명분을 잃으면서 조선업계의 주도권이 약해졌다”며 “조선용 후판 가격 협상의 향방을 잃은 분위기”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