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를 감춘 루나ㆍ테라 코인 개발자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도주설을 부인하자 검찰이 "도주한 것이 명백하다"며 즉각 반박했다. 검찰은 권 대표 신병을 확보하기 위한 절차도 본격적으로 밟기 시작했다.
18일 검찰에 따르면 권 대표는 루나 폭락 이전인 4월 말께 싱가포르로 가면서 발행사 테라폼랩스 한국 법인 테라폼랩스코리아를 해산했다. 권 대표 가족들은 5월 싱가포르로 출국했다. 이 시기 테라폼랩스 재무 관련 인물 상당수도 싱가포르로 출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대표는 자신의 트위터에서 도주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나는 ‘도주 중’이거나 비슷한 어떤 것도 하지 않고 있다"고 글을 적었다. 이어 “의사소통 의지를 보인 정부 기관에 전적으로 협력하고 있고 숨길 것도 없다”며 "우린 그동안 매우 높은 수준의 청렴도를 유지했고 향후 몇 달 동안 진실이 명확해지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싱가포르 당국은 권 대표가 싱가포르에 머물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검찰은 행방이 묘연한 권 대표가 '도주 중'이라고 규정했다.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남부지검 루나ㆍ테라 수사팀 관계자는 "권 대표 체포영장은 도주 정황이 명백하고 출석요구에 응하지 않을 우려가 있어 발부될 수 있었다"며 "출국 당시 정황과 이후 태도 등을 살펴보면 수사를 피하고자 싱가포르로 도주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 기관과 협력하고 있다는 권 대표 주장과 달리 검찰은 그가 수사에 협조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검찰 관계자는 "검찰이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에 착수한 후에 수사에 전혀 협조하지 않았다"며 "협력이라고 볼 여지가 없다"고 언급했다. 권 대표는 8월께 변호인을 선임해 검찰에 즉시 출석할 수 없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대표는 공식 창구에서 수사기관과 접촉도 부인하고 있다. 앞서 지난달 가상자산(가상화폐) 미디어 코이니지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으로 돌아갈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수사당국과 연락한 적이 없기 때문에 결정을 내리기가 어렵다”며 “그들은 우리에게 어떠한 것도 부과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검찰은 권 대표 신병 확보에 들어갔다. 수사팀은 이달 중순께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권 대표와 테라폼랩스 창립 멤버인 그리스 국적 니콜라스 플라티아스, 직원 한모 씨 등 관계자 6명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았다.
수사팀 관계자는 "권도형의 소재를 확인하고 있다"며 "향후 국외 수사기관 등과 협조해 신속히 실체를 밝힐 것"이라고 강조했다.
검찰은 루나 가격이 폭락한 5월께부터 투자자들의 고소ㆍ고발을 접수해 권 대표와 공동창립자인 신현성 티몬 이사회 공동 의장 등을 대상으로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과 금융조사2부 일부 검사들이 수사팀을 꾸려 사건을 들여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