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푸틴 ‘브로맨스’ 언제까지 갈까

입력 2022-09-15 17:07 수정 2022-09-15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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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푸틴, 2월 이후 첫 만남
올 들어 양국 교역 관계 사상 최고치
중, 대러 에너지 수입과 위안 위상서 재미봐
서방 제재 거스르지는 않아
브로맨스 한계도 분명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8년 6월 중국 산둥성 칭다오에서 개최된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서 만나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칭다오/AP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8년 6월 중국 산둥성 칭다오에서 개최된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서 만나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칭다오/AP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우즈베키스탄에서 약 6개월 만에 ‘브로맨스’를 다시 과시할 예정이다. 최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크게 후퇴한 가운데 시 주석이 푸틴 대통령의 가려운 곳을 얼마나 긁어줄지 관심이 쏠린다.

올 들어 서방의 압박으로 러시아가 국제사회에서 거의 왕따가 된 상황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양자 교역은 최고 호황을 누렸다. 그러나 시 주석이 서방 제재를 위반하면서까지 러시아를 지원하지는 않고 있다. 푸틴 편을 들기 위해 중국 이익을 희생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는 평가다.

CNN에 따르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날 개막한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 도착했다. 1000일 만에 해외 방문 길에 올라 전날 우즈베키스탄에 도착한 시 주석과 곧 만날 예정이다. 두 정상은 양자회담을 열고 우크라이나 사태 등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두 정상의 만남은 2월 푸틴이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한 이후 처음이다. 중국의 신장 위구르 지역 인권 문제를 이유로 주요국 정상들이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외교적으로 보이콧한 상황에서 푸틴은 보란 듯 참석했다. 당시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우정에 한계가 없다”며 서방 세계에 양국의 브로맨스를 과시했다.

우즈베키스탄에서의 만남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첫 만남이기도 하다. 서방 주도로 대러 제재 폭탄이 쏟아진 상황에서 중국은 교묘하게 줄타기를 해왔다. 서방 제재를 위반하거나 대러 군사 지원을 피하면서도 러시아를 측면 지원했다.

그 결과 올 들어 양국 교역은 사상 최고치에 달했다. 중국 세관에 따르면 8월 중국의 러시아산 상품 수입은 전년 동기 대비 60% 급증해 112억 달러(약 15조6100억 원)로 치솟았다. 7월 증가 수준(49%)을 넘어섰다. 중국의 대러 수출 역시 26% 오른 80억 달러를 기록, 전월 대비 상승 폭을 키웠다.

올 들어 8개월 동안 양국 상품 교역 총량은 31% 증가한 1172억 달러로 작년 전체 교역량의 80%에 달했다.

키스 크라크 미국 전 국무부 경제차관은 “러시아가 중국을 더 필요로 하는 상황”이라며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푸틴이 빠르게 아군을 잃고 중국에 더 의존적이게 됐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중국 의존도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부터 증가했지만 서방의 대러 제재로 경제가 침체에 직면하면서 중국의 존재는 더 절대적으로 변했다. 러시아가 정확한 수치를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유럽 싱크탱크는 6월 러시아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한 비중이 24%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반면 중국 전체 교역량에서 러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2.8%로 작년 2.5%에서 소폭 증가했다. 유럽과 미국이 훨씬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중국 위안과 러시아 루블을 배경으로 중국과 러시아 국기가 보인다. 로이터연합뉴스
▲중국 위안과 러시아 루블을 배경으로 중국과 러시아 국기가 보인다. 로이터연합뉴스
중국은 우크라이나 전쟁 위기를 자국 경제를 위한 기회로 활용했다. 5월 중국 최대 원유 수입국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러시아로 바꼈다. 러시아는 사우디를 제치고 7월 이후 석 달 연속 1위 자리를 차지했다. 7월 중국의 러시아산 석탄 수입은 7842만 메트릭톤으로 5년래 최고치를 찍었다.

중국이 위안을 국제통화로 키우려는 야심도 충족시켰다. 서방 사회가 러시아를 글로벌 금융시스템에서 퇴출시키면서 러시아의 위안 수요가 대폭 늘었다. 러시아 증권거래소에서 7월 위안 거래량은 전체의 20%를 차지했다. 1월 0.5%에 불과하던 데서 대폭 증가한 것이다.

지난달 위안-루블 거래량도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역사상 처음으로 루블-달러 거래량을 넘어섰다. 스위프트에 따르면 7월 러시아는 중국 본토 밖에서 위안화 결제량이 가장 많은 국가 3위에 올랐다. 2월만 해도 15위에도 들지 못했었다.

러시아 기업과 은행들도 국제 결제에서 위안 거래를 계속 늘리고 있다.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 가스프롬은 천연가스 공급 결제를 위안과 루블로 청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VTB은행도 중국 송금을 위안으로 시작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러시아 시장에서 서방 기업들이 떠난 자리를 중국이 꿰차기도 했다. 올 2분기 러시아 시장에서 중국 스마트폰 신규 판매가 차지한 비중은 3분의 2에 달했다. 중국 스마트폰의 러시아 시장점유율은 꾸준히 증가해 1분기 50%에서 4월 60%, 6월 70%로 늘었다.

7월 중국 샤오미가 러시아 시장점유율 42%를 차지하며 1위 자리에 올랐다. 러시아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던 삼성은 8.5%, 애플은 7%에 그쳤다. 두 기업의 시장점유율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만 해도 50%가량을 차지했다.

중국 자동차도 선전하고 있다. 8월 중국산 차량의 러시아 시장 점유율은 26%에 달해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1분기 9.5%에서 대폭 증가했다.

양국 교역이 대폭 증가했지만 한계도 존재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유라시아그룹의 토마스는 “중국은 군사 및 기술 지원은 안 하고 있다”며 “미국의 대중 제재 위험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러시아를 지원하지만 자신의 경제적 이익을 희생할 생각은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중국이 여전히 서방 자본과 기술에 의존해 성장을 하려는 의미”라며 “시 주석이 개인적으로 푸틴과 브로맨스를 과시하더라도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중국 경제의 급속한 둔화 역시 시 주석의 푸틴 지원을 압박하는 요인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수전 손튼 예일대 방문 교수는 “중국과 러시아의 파트너십은 서방에 대응하는 방어적인 것”이라며 “역사적으로 두 국가는 항상 불신이 있었다”고 긴장 관계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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