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초청 이어 에미상 트로피까지 안았다…‘제3의 전성기’ 누리는 이정재

입력 2022-09-13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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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정재가 12일(현지 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마이크로소프트 극장에서 열린 제74회 에미상 시상식에서 ‘오징어 게임’으로 남우주연상을 받고 소감을 말하고 있다. (AP뉴시스)
▲배우 이정재가 12일(현지 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마이크로소프트 극장에서 열린 제74회 에미상 시상식에서 ‘오징어 게임’으로 남우주연상을 받고 소감을 말하고 있다. (AP뉴시스)

배우 이정재(50)가 미국 방송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에미상 남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한국은 물론 아시아 국적 배우로서 최초 수상이다.

미국 TV 예술과학아카데미는 12일(현지 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 마이크로소프트 극장에서 제74회 프라임타임 에미상 시상식을 열고 이정재를 남우주연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이정재는 “정말 감사하다. 텔레비전 아카데미와 넷플릭스, 황동혁 감독에게 감사하고, ‘오징어 게임’ 팀에게도 감사하다. 대한민국 국민과 기쁨을 나누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지난해 9월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후 9주 연속 1위를 지킨 ‘오징어 게임’ 속 ‘성기훈’ 역으로 분한 이정재에게서는 그동안 맡아왔던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은 볼 수 없었다. 퇴직·이혼을 겪고 도박 빚에 쫓기며 폐인처럼 살아가면서도 사람에 대한 믿음을 간직한 인물 연기로, 이정재는 한국은 물론 전 세계를 사로잡았다.

이정재는 사실 ‘성기훈’과 닮기도 했다. 이정재는 어린 시절 어려웠던 가정 형편으로 ‘성기훈’이 살던 쌍문동 집보다 작은 곳에서 살았다. 고등학생 때는 등록금을 제때 내지 못해 앞으로 불려 나가 맞기도 했다. 인테리어 디자이너를 꿈꾸던 그는 카페 아르바이트 등으로 학원비를 벌었다. 그는 올 초 tvN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성기훈의 집에 간 뒤) 옛날 생각이 많이 났다”며 “자연스럽게 ‘기훈화’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모델로 발탁돼 연예계에 발을 들인 이정재는 1993년 드라마 ‘공룡선생’을 통해 배우로 데뷔했다. 드라마 ‘느낌’에서는 비운의 반항아 역으로 열연했고, ‘모래시계’에서는 과묵한 순정파 보디가드 ‘백재희’ 역으로 스타덤에 올랐다. ‘모래시계’는 방영 당시 최고 시청률 64.5%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후 영화 ‘젊은 남자’ 등에서의 열연으로 ‘청춘스타’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하며 백상·대종상·청룡상에서 신인상을 휩쓴 그는 1999년 영화 ‘태양은 없다’에서 배우 정우성과 투톱 조연을 맡으며 연기의 전환점을 맞았다. 이정재는 돈을 위해서라면 뭐든 하는 ‘홍기’ 역으로 같은 해 청룡영화제에서 역대 최연소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출처=SBS ‘모래시계’ 캡처)
▲(출처=SBS ‘모래시계’ 캡처)

그러나 이정재는 ‘청춘스타’라는 하나의 표상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매번 변신을 꾀하며 성장을 거듭했다. 영화 ‘이재수의 난’(1999), ‘인터뷰’(2000), ‘시월애’(2000), ‘선물’(2001), ‘흑수선’(2001), ‘오! 브라더스’(2003), ‘태풍’(2006)의 등 작품은 크게 주목받지 못했으나, 연기 스펙트럼을 넓힌 밑거름이 됐다. ‘하녀’(2010)에서 귀족 역으로 재도약한 그는 ‘도둑들’(2012)에선 야비한 사기꾼으로 변신해 극에 활기를 불어넣었고, ‘관상’(2013)에서는 수양대군 역을 맡아 중후한 연기를 보여주며 호평받았다. 영화 ‘도둑들’(2012)에 이어 ‘암살’(2015), ‘신과 함께-죄와 벌’(2017), ‘신과 함께-인과 연’(2018)까지 네 편의 작품이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천만 배우’ 타이틀까지 거머쥐었고,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지난해부터는 ‘오징어 게임’으로 월드 스타에 등극, 또 한 번의 전성기를 맞았다. 이정재는 해당 작품으로 에미상 남우주연상을 받으며 미국배우조합상 드라마 남자배우상, 인디펜던트 스피릿 남자 최우수연기상, 크리틱스초이스 남우주연상 등 수상에 이어 굵직한 성과를 남겼다.

지난 5월에는 첫 장편 영화 ‘헌트’로 감독에 도전했고, 이 작품으로 제75회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받아 긴 기립 박수와 함께 호평받았다. ‘헌트’는 13일 기준 누적 관객 수 428만 명을 돌파하며 흥행에도 성공했다. 6년 전부터는 절친한 동료 정우성과 연예기획사 아티스트컴퍼니를 운영하며 사업가로서의 역량도 뽐내고 있으며, 임세령 대상그룹 부회장과 8년째 사랑도 키워나가고 있다.

▲지난 5월 19일 프랑스 칸에서 열린 제75회 칸 영화제에서 ‘헌트’ 포토콜에 참석한 정우성과 이정재. (EPA연합뉴스)
▲지난 5월 19일 프랑스 칸에서 열린 제75회 칸 영화제에서 ‘헌트’ 포토콜에 참석한 정우성과 이정재. (EPA연합뉴스)

▲이정재가 임세령 대상그룹 부회장과 함께 12일(현지 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 마이크로소프트 극장에서 열린 제74회 에미상 시상식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정재가 임세령 대상그룹 부회장과 함께 12일(현지 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 마이크로소프트 극장에서 열린 제74회 에미상 시상식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주·조연을 가리지 않고 매번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도전 정신과 성실함은 이정재가 월드 스타로 거듭난 계기가 됐다. 이정재가 ‘암살’ 속 변절자 ‘염석진’의 불안한 심리와 위태로운 상황을 표현하기 위해 체중을 15kg 감량하고 이틀 동안 잠을 자지 않은 채 촬영에 임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제3의 전성기’를 맞이한 이정재의 행보는 계속해서 이어질 예정이다. ‘오징어 게임’은 시즌3까지 제작이 확정됐다. 이정재는 최근 미국 최대 규모 엔터테인먼트·스포츠 에이전시인 CAA와 계약 소식을 전했으며, 디즈니+가 제작하는 ‘스타워즈’ 드라마 시리즈 ‘더 애콜라이트’(The Acolyte)에서 주연으로 출격한다.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2020) 스핀오프 드라마 시리즈도 준비 중이다. 에미상에서 아시아 배우 최초 남우주연상 수상이라는 역사를 쓴 이정재가 새롭게 써나갈, 또 다른 전성기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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