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는 최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으로부터 개인 주주를 보호하는 방안과 관련해 향후 주식 시장의 수급 부담이 완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일반 주주 보호를 위해 근본적으로는 물적분할 이후 모자기업의 동시 상장을 막기 위한 기업지배구조 개선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앞서 4일 금융위는 물적분할을 추진하려는 기업은 이를 반대하는 일반주주들에게 주식매수청구권(기업이 주식 매수를 청구하는 권리)을 부여해야 한다는 내용의 '물적분할 및 자회사 상장 관련 일반주주 권익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물적분할을 의결하는 주주총회에서 반대 의견을 밝힌 주주는 물적분할 추진 이전의 주가로 주식을 매각할 수 있다.
그동안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으로부터 개인 주주를 보호하는 문제는 국내 증시의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꾸준히 지적받았다. 올해 초 LG에너지솔루션 등 일부 기업이 고성장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단기간 내 상장하면서, 주주권 상실과 주가 하락 등 일반주주들의 피해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김수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주주 보호 방안에 대해 "이번 조치로 물적분할 기업들이 예전처럼 쉽게 자회사를 상장시키기 어려워지고, 주식시장에서는 기업공개(IPO) 물량 부담이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물적분할 이후 5년 내 자회사를 상장하려는 경우 모회사 일반주주에 대한 보호 노력이 미흡하면 상장이 제한된다"며 "이는 2010∼2021년 물적분할 후 상장한 자회사들이 상장하기까지 소요된 기간이 평균 4.4년인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2017년 9월 이후 코스피에서 물적분할 공시는 96건으로 파악된다. 대표적으로 자산가치가 높은 물적분할 자회사를 보면 SK이노베이션의 SK배터리와 SK이엔피는 자산이 4조6000억 원과 7700억 원으로 모회사 자산의 22.6%, 4.6%를 분할받았다
김 연구원은 "이들 기업이 과거처럼 그대로 상장한다면 기존 모회사 일반주주들에게도, 코스피에도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며 "이번 주주 보호 강화로 기업들의 물적분할 및 자회사 상장으로 인한 수급 부담이 완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물적분할 추진 시 상당 규모의 주식매수청구권이 행사돼 거래 비용이 증가하게 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추진해야 하기 때문에, 향후 상장사의 물적분할이 상당히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다만 "회사의 주요 사업 부문을 자회사로 신설하면서 영업양도가 아닌 자산양도 방식으로 현물 출자를 추진하면 이사회 결의만으로 가능하다. 현물 출자 방식으로 자회사를 신설해 상장할 경우 모회사 주주들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라며 "보다 근본적으로는 물적분할 이후 모자 기업의 동시상장을 억제하기 위한 기업 지배구조 개선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연구원은 지배주주들이 자사주를 활용해 지배력을 확대한다고 보고 자사주 남용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자사주 소각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한국에서는 지배구조 측면에서 자사주가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며 "이는 현행 국내법상 신주 발행에는 주주 동의 등 더 엄격한 절차가 요구되는 반면, 자사주 처분은 비교적 자유롭게 허용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미국에서는 자사주는 발행됐지만 유통되지 않으므로 상장사 시가총액을 계산할 때 제외한다"며 "미국 등 선진국 증시 상장사들은 자사주 매입 이후 배당보다 소각이 주가 부양 및 안정 효과가 큰 주주 환원 정책이라 보고 적극적으로 활용한다"고 했다.
이어 "이처럼 자사주 매입이 소각으로 이어질 때 지배주주의 자사주 남용 가능성을 줄일 수 있으면서 지배구조 개선 효과가 본격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