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달러 시대, M&A]①시장은 벌써 한겨울…하반기 딜 규모 작년보다 45% 급감

입력 2022-09-12 11:11 수정 2022-09-12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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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국내 M&A 규모 약 13.2조…금리상승에 기업가치 하락 ‘딜’ 제동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달러 초강세가 이어지면서 하반기 인수합병(M&A) 시장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여기에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잇따라 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상황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높은 금리와 환율은 기업의 자금조달 환경을 더욱 악화시켜 투자를 위축시킬 가능성이 크다.

12일 딜로직이 이투데이에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들어 이달 7일까지 집계된 국내 M&A 규모는 99억4800만 달러(약 13조2300억 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 179억8600만 달러(약 23조9200억 원) 대비 44.7% 가까이 감소했다. M&A 시장이 호황을 누렸던 지난해와는 상반된 모습이다. 지난해 국내 M&A 딜 규모는 477억 달러(약 59조 원)를 넘기며 전년 대비 16% 증가했다.

M&A 시장이 얼어붙은 건 시장을 둘러싼 대외 상황이 녹록지 않아서다. 각국이 기준금리를 가파르게 올리면서 인수금융 금리도 지난해 3~4% 수준에서 연 7%까지 치솟았다. 여기에 자본시장 위축으로 기업가치가 떨어지면서 딜(거래)에 제동이 걸렸다.

이미 시장에는 조(兆) 단위 매물들이 새로운 주인을 찾아 나서고 있지만, 실제 매각까지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원매자도, 판매자도 우위에 서기 어렵다는 자조마저 나온다.

이차전지용 동박 제조사 일진머티리얼즈는 몸값 3조~4조 원이 예상되며 하반기 M&A ‘대어’로 점쳐졌지만, 최근 인수 가능성마저 불투명해졌다. 7월 예비입찰에서 유력 원매자들이 불참한 데다 지난달 본입찰에서 베인캐피탈마저 발을 뺐다. 롯데케미칼이 사실상 유일한 후보가 됐지만, 가격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매각이 무산된 경우도 있다. 임플란트 업체 디오는 지난달 30일 최대주주 디오홀딩스와 특수관계인 7명이 투자지주사 세심과 맺은 주식 매매 계약을 취소한다고 공시했다. 디오 측은 “대외 경제여건이 변화와 양수인의 투자의사 철회 등으로 주식매매 계약을 해제하기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진머티리얼즈와 비슷한 수준에서 매각가가 형성된 메디트는 GS-칼라일 컨소시엄,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등을 숏리스트(적격인수후보)로 선정하고 본격적인 매각 절차에 나서면서 분위기 반전을 꾀하고 있다. 메디트는 치과용 구강스캐너 기업으로, 유니슨캐피탈코리아(UCK)는 2019년 메디트의 경영권을 인수한 바 있다.

롯데카드와 맘스터치, 버거킹 등도 하반기 매물로 나와 있지만, 실제 성사까지 이뤄질 수 있을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김보훈 딜로이트안전 재무자문본부 파트너는 “세계 경제 안정화에 대한 모멘텀이 없고, 강달러 기조를 비롯해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지속할 경우 M&A 시장의 위축은 당분간 지속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만 김 파트너는 “10월 이후 중국과 미국 간의 관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으로 인한 경제 위축, 미국의 이자율 관련 방향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감소한다면 시장은 회복세로 돌아설 수 있는 가망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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