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을 지역구로 둔 한 더불어민주당 재선 의원의 말이다. '호남은 민주당의 텃밭'이라는 건 옛말이 됐다. 지역보다는 실리를 찾는 유권자들이 급속히 늘고 있다. 최근 치러진 선거 결과들이 이를 방증한다.
지난달 열린 전당대회가 대표적이다. 우선 투표율이 낮았다.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 분위기에 전반적인 관심도가 낮긴 했지만 다른 지역들보다도 유독 호남에서의 투표율이 저조했다.
전당대회 전체 권리당원 선거인단 투표율은 37.09%였는데 호남 지역 중에서는 전남(37.52%)만이 이를 상회했다. 나머지 광주(34.18%)와 전북(34.07%)은 전체 평균을 밑돌았다. 전체 17개 지역 투표율 순위에서도 전남은 10위, 광주와 전북은 13위, 14위에 그쳤다.
호남을 바탕으로 출마한 후보가 선전하지 못한 것도 민심의 변화를 보여준다.
최고위원에 출마한 후보들 중 유일한 비수도권이자 특히 호남권의 '비명(비이재명)계' 송갑석 후보는 광주, 전남 경선에서 각각 22.27%와 14.55%를 얻으며 정청래, 고민정 후보에 이은 3위에 그쳤다. 텃밭에서 예상보다 낮은 득표율을 얻으며 송 후보는 6위로 최종 탈락했다. 한 '친명(친이재명)계' 의원마저 "송 의원이 막판에 역전할 것 같았는데 의외였다"고 귀띔했을 정도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호남에서도 결국 지역보다는 이재명과 친분이 있거나 인기가 있는 인물들에 표가 몰렸다"며 "21대 국회 들어 호남권에서 최고위원에 도전한 한병도ㆍ서삼석ㆍ송갑석 의원들이 모두 고배를 마신 것은 상징적"이라고 밝혔다.
호남의 민심 변화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현저히 드러났다. 당시 광주의 투표율은 37.7%로 역대 모든 선거와 모든 지역을 통틀어 최저치였다. 당시 이낙연 전 대표는 SNS에 "광주 투표율은 민주당에 대한 정치적 탄핵"이라고 적었다.
호남에서는 과거 독재정권 시절부터 동서로 나뉘어 고착화된 지역주의가 옅어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과거 지역 감정에서 벗어나 직관적으로 유불리를 따지는 유권자들이 늘어나는 것이다.
한 초선 의원은 "더 이상 호남은 예전처럼 지역주의에 매몰돼있지 않다"며 "민생이나 경제와 같은 현안에 점점 더 초점을 맞춰 투표를 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새로 들어선 민주당 지도부는 앞으로 호남의 지지세를 다시 끌어올리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새 지도부가 출범 이후 광주로 총출동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이재명 대표를 비롯해 최고위원들은 광주 5ㆍ18 국립묘지를 참배한 뒤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최고위원 회의를 열었다. 새 지도부의 첫 현장 최고위 회의였다.
한 중진 의원은 "앞으로 지도부는 호남 여론을 제대로 파악한 뒤 차기 총선에 어떻게 대응해나갈지 전략을 짜는 게 최우선 과제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