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국 동물병원의 진료비를 조사해 공개한다. 주요 질병에 대한 진료비 편차를 줄이기 위해 진료행위는 표준화하고, 사전에 주요 진료비도 게시하도록 해 과다청구를 막는다. 장기적으로는 동물의료 여건 개선을 위해 중장기 발전 계획도 수립할 방침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같은 내용의 '반려동물 진료분야 주요정책 추진계획'을 6일 발표했다.
최근 반려동물 인구가 늘어나면서 동물병원 서비스에 대한 수요도 커지고 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가구는 606만 가구로 전체 가구의 약 27% 수준이다. 하지만 병원별 진료비 편차, 진료비에 대한 사전 안내 부족 등 비용 부담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이에 정부는 먼저 소비자단체, 동물의료 관련 단체 등과 함께 동물병원의 진료비 현황을 조사해 지역별로 공개한다.
올해 안에 진료현황 조사 설계 관련 연구 용역을 마무리하고 내년 1월부터 전국 동물병원 4900여 곳을 대상으로 진료 항목별 진료비, 산출근거, 진료횟수 등을 조사한다.
지역별 최저·최고·평균·중간비용 등을 분석한 후 조사 결과는 내년 상반기 중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또 병원마다 질병 명칭과 진료 항목이 달라 진료비 편차가 발생하는 일을 막기 위해 주요 질병명과 진료행위 절차를 표준화해 보급한다. 당초 2024년까지 40개 표준화 항목을 개발할 계획이었으나 해당 분야 내년도 예산이 늘어나 목표 항목을 100개로 높였다.
아울러 소비자가 진료비를 비교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내년 1월부터는 진찰, 입원, 엑스레이 검사, 예방접종 등 중요 진료항목의 비용을 동물병원 내 접수창구와 진료실, 홈페이지 등에 게시해야 한다.
2인 이상 동물병원은 내년 1월부터, 1인 이상 동물병원은 2024년 1월부터 진료비를 게시해야 한다. 정부는 동물병원에서 이를 준비할 수 있도록 진료비 게시 권장 서식을 개발해 배포할 방침이다.
진료비 조사와 진료항목 표준화가 마무리되면 농식품부는 부가가치세(10%)를 면제하는 항목을 늘릴 방침이다. 내년부터 동물병원에 게시할 주요 진료행위의 비용과 빈도 등을 조사하고 기획재정부와 협의해 면세를 추진한다. 법적 시행일을 고려하면 2024년 이후에 면세가 가능할 전망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반려동물 인구가 늘어나면서 병원비 부담이 커지는 것도 사실"이라며 부가세 면제 항목을 늘려 소비자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내년 1월부터는 수술 등 중대 진료의 예상 비용은 사전에 동물병원이 소비자에게 의무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중대 진료로는 전신마취를 동반하는 내부 장기, 뼈, 관절 수술과 전신마취 동반 수혈 등이 있다.
이 외에 정부는 동물병원 표준수가제의 도입 여부와 도입 방식을 검토하기 위해 내년 1월부터 연구용역을 추진할 계획이다. 동물병원 표준수가제는 1999년에 공정거래위원회의 자율경쟁 유도 방침에 따라 폐지된 제도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표준수가제 도입이 가격을 올릴 수도, 내릴 수도 있다는 의견이 모두 있다"며 "공정경쟁을 위해 폐지했던 제도인 만큼 도입효과와 문제점 등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장기적으로 정부는 동물의료 여건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있도록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협의해 올해 말 '동물의료 중장기 발전방향'을 마련할 계획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동물병원 산업은 양적으로 팽창하고 있지만 동물의료 관련 제도는 소비자의 수요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현장의 눈높이에 맞는 진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동물의료 체계를 근본적으로 개편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