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라도 달러를 더 사놓을까요? 달러가 더 오르는 것 아닌가요?”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1360원대로 치솟은 2일 직장인 이래연(41) 씨는 점심시간에 은행을 찾아 보유하던 달러 통장에 5000달러 더 넣었다. 박 씨는 “작년 6월에 달러당 1116원에 들어둔 달러 예금 수익률이 쏠쏠하다”라며 “국내엔 투자할 곳이 없고, 글로벌 시장도 불안하니 미국 달러가 최고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은행 창구에는 환율 움직임과 매수 여부에 대한 고객 문의가 끊이지 않았다. 한국거래소가 운영하는 KRX금거래소 에서는 이날 하루 41억 원이 거래됐다. 전날보다 11억 원이 많았다. 외환시장이 혼란에 빠지면서 갈 곳을 잃은 투자자들이 달러, 금, 채권 등 안전 자산으로 향하고 있다.
4일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기준 달러 예금 잔액은 583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올해 들어 19억 달러,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32억 달러 증가한 수치다.
달러 예금은 최근 4개월 동안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실제 지난 5월 약 536억 달러던 달러 예금은 6월 약 569억 달러, 7월 약 571억 달러로 불어났다. 환율이 꺼지지 않을 것이라는 심리가 퍼지면서 투자자들이 달러화를 쟁이고 있다. 지난 2일 2009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환율이 1360원 선을 넘기면서 투자자들은 달러 예금을 더 늘릴 것으로 보인다.
금값도 든 큰 변동이 없었지만, 거래량은 급증했다. 2일 한국거래소 KRX금시장에서 하루 거래량은 41억774만 원이 거래됐다. 지난 7월 21일( 46억 3016만 원)이 후 가장 많은 거래가 이뤄졌다. 시장 한 관계자는 “미국의 긴축과 물가 불안 여파로 글로벌 자산 및 외환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자 안전 자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개인 투자자의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면서 “다만 장기적으로 금값이 상승할지는 지켜봐야 할 문제다”고 말했다.
주식 투자에서는 수익을 올리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자 채권시장에도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국내 채권형 펀드에는 연초 이후 6000억 원이 이탈했지만, 최근 한 달 새 1308억 원 이상이 순유입됐다. 해외 채권형펀드에도 한 달간 779억 원이 유입됐다. 직접 투자에 나서는 개미들도 있다. 금융투자협회(금투협)에 따르면 장외 채권시장에서 개인투자자들은 지난 1일 1600억 원 등 올해 들어 11조5033억 원어치 채권을 순매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