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9월 들어 연일 연고점을 경신하자 외국인 투자자가 이틀새 약 5000억 원을 던졌다. 오랜만에 돌아왔던 외국인 자금이 다시 썰물처럼 빠져나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는 국내 유가증권 시장에서 1~2일 이틀간 4760억 원어치 내다 팔았다. 코스피가 2410대로 추락하며 환율이 금융위기 후 최고치인 1354.9원으로 마감한 1일 2880억 원을 던졌고, 다음 날 1360원을 돌파하자 외국인은 1810억 원어치 주식을 팔았다.
외국인은 서머랠리를 이끌며 7월과 8월 각각 2조3220억 원, 3조6500억 원어치 순매수했다. 지난 5월(1280억 원) 이후 두 달 만의 순매수였다.
그러나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다시 외국인이 이탈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달러화는 주간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양호하게 발표된 가운데 연준위원들의 매파적 발언이 계속되면서 국채금리 상승과 함께 강세를 보였다.
클리블랜드 연은총재는 내년 금리 인하 가능성을 일축하며 내년 초까지 4%보다 높은 금리 수준으로 올리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언급했고, 뉴욕 연은총재도 매파적인 입장을 이어가며 달러의 강세요인으로 작용했다.
원화 약세를 부추기는 대외 악재는 산적해 있다. 잭스 홀 파월의장 연설 쇼크에 따른 미국 등 주요국 중앙은행의 긴축기조 강화 우려와 국내외 국채 금리 재급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또 24년 만에 최저치로 하락한 엔화 가치는 1998년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여기에 중국 제로 코로나 방역 정책으로 중국 경기 경착륙은 물론 위안화 약세 압력을 높이고 있다.
8월 수출입 동향 역시 원화 약세 현상에는 부담이다. 8월 무역수지 적자 규모 66 년 만에 최대 수준이다. 환율 급등 현상이 수출업체에 일부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현시점에서 환율 급등 현상이 수입업체나 수입물가에 주는 악영향이 상대적으로 클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물가와 환율, 금리가 동시에 오르는 이른바 ‘트리플 상승’에 따른 실물경기 둔화, 기업이익 하향조정, 외국인 자금 이탈 등은 국내 증시 지수하락을 이끌 수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원화 환산 수출 및 수입 증가율을 보더라도 원화 약세가 이번 경우 원화 환산 수입증가율 대폭 확대시키면서 기업과 물가에 큰 부담을 주는 모양새”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