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마을에 입소한 마음 아픈 분들이 최근 놀이공원을 다녀왔다. 코로나 방역 문제로 외출이 제한된 상황이지만 평일 사람이 붐비지 않는 날을 택해서 모처럼 다 함께 외출을 시도하였다. 놀이공원에 도착하여 각자 놀이기구의 선호도에 따라 조를 나누었다. 나는 놀이기구 타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조로 들어갔는데, 우리 조는 나이 많은 남성들뿐이었다. 첫 코스는 걷는 수고를 덜기 위하여 리프트를 타는 것이었고, 조원들이 대체로 처음 경험하는 것이라 줄을 설 때는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막상 차례가 오니 파이팅을 외치며 리프트에 올라탔다. 그리고 호랑이와 사자 우리로 들어가는 사파리 버스도 씩씩하게 탑승하였다. 나중에는 아마존 익스프레스 놀이기구도 도전하였는데 옷이 흠뻑 젖으면서도 아이처럼 즐거워하셨다. 이제 귀가를 위한 집결 시간이 되어 마지막 코스로 케이블카에 올랐다. 김훈철(가명) 씨가 케이블카 안에서 오래전 얘기를 꺼냈다. 자신이 일곱 살 무렵에 아버지가 케이블카를 꼭 태워주겠다는 약속을 했었는데, 아버지는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얼마 후 돌아가셨단다. 그리고 50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케이블카를 타게 되었다면서, “오늘은 정말 의미 있는 날이네요” 하며 방긋 미소를 지어 보이셨다.
정신장애로 인하여 젊은 시절을 병원과 시설 안에서 갇혀 보낸 이들은 사회적 위축이라는 무서운 후유증을 안고 살아간다. 정신질환이라는 것에 사회가 내린 처방은 한 사람의 인생에 너무나 가혹한 것이었다. 노인도 외출이 중요하다. 이들의 외출 빈도가 줄어들수록 우울과 자살 위험이 더욱 증가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코로나 확산의 파도를 막기 위하여 ‘사회적 거리두기’가 중요함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외출 금지’로 왜곡된다면 이내 코로나 블루의 파도가 몰려올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는 이미 수많은 장벽으로 겹겹이 쌓여 있다. 건물과 건물 사이, 방과 방 사이, 그 칸막이는 개인 간 사생활 보호를 넘어서 급기야 이웃 간의 단절과 외면, 그리고 계층 간 격차만 높여 놓았다.
매일 오전 10시에 어김없이 울리는 안전안내 문자,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이미 재난에 무뎌져 있다. 하지만 송파 세 모녀, 수원 세 모녀, 그리고 김훈철 씨가 갇혀 있는 장벽은 여전히 건재하다. 그렇기에 오늘도 그 장벽의 작은 문을 열고 외출에 도전해야만 한다.
황정우 지역사회전환시설 우리마을 시설장·한국정신건강사회복지사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