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치주의라더니…‘법원 판단’ 묵살하는 국민의힘, 민주당도 마찬가지

입력 2022-08-31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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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영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 간담회에 참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주호영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 간담회에 참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의회ㆍ법치주의 근간을 지켜야 하는 정당들이 법원 판단을 무시하는 경향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법과 원칙을 강조하며 정권을 잡은 국민의힘의 최근 모습은 점입가경이다. 최근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이준석 전 대표가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을 상대로 낸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이자 ‘법원 결정은 부실재판’이라는 말이 나왔다.

31일 서울에서 근무하는 한 판사는 "최근 국민의힘이 보여준 행태는 사법부 불신을 초래하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국민의힘뿐 아니라 더불어민주당도 다르지 않다"며 "원고나 피고로 재판에 참여하는 시민이야 판결에 불만을 품을 수 있고 재판부를 욕할 수도 있지만 법치주의의 한 축을 차지하는 정당이 판사를 향해 근거 없이 비난하는 행위는 적절치 않다"고 덧붙였다.

앞서, 국민의힘은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 직무집행 정지 가처분이 인용된 후 후속 법적 절차를 밟고 있다. 가처분 이의신청을 낸 데 이어 강제집행정지도 신청하고 있다. 추가로 법원 판단을 받으려는 움직임이다.

적법하게 후속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것과 달리 국민의힘은 재판부를 향한 근거 없는 공격과 모독을 표출하고 있다. 국민의힘 조해진 의원은 “법원의 결정은 부실재판”이라며 “핵심적인 사안에 대해 심리를 하지 않았고, 주관적 판단과 비약이 심하다”며 사실상 법원 판단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주 비대위원장 역시 "재판장이 특정 연구모임 출신으로 편향성이 있고 이상한 결과가 있을 거라는 우려가 있었는데 우려가 현실화된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서울남부지법은 공지를 통해 “해당 부장판사는 우리법연구회,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 회원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17일 오후 서울남부지법에서 당 비상대책위원회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 사건의 심문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17일 오후 서울남부지법에서 당 비상대책위원회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 사건의 심문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러한 행태를 두고 법조계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신상민 법무법인 에이앤랩 변호사는 “법치주의 훼손까지는 아니더라도 국민의힘 행동이 (판결) 내용 자체를 부정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를 법원으로 끌고 간다고 삼권분립이 흔들리는 것은 아니지만 법정 싸움에서 판사를 공격하면 사법부에 대한 국민 시선을 부정적으로 만들 수가 있다”며 “사법부 지위나 권위를 떨어뜨리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도 불리한 판결이 나올 때면 사법부를 공격하긴 매한가지였다. 2020년 12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배우자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 대해 1심 재판부가 자녀 입시비리 등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며 징역 4년을 선고하자 민주당에서는 재판 결과를 부정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당시 민주당 김종민 최고위원은 다음날 MBC라디오에 출연해 “재판 진행 과정 전체에서 검찰에 대한 사법통제 임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홍익표 민주연구원장도 “재판부 선입견이나 예단, 어떤 편견들이 작용한 매우 나쁜 판례”라고 언급했다.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처분에 서울행정법원이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자 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한민국이 사법의 과잉지배를 받고 있다는 국민의 우려가 커졌다"며 "정치의 사법화, 사법의 정치화가 위험수위를 넘었다는 탄식이 들린다"며 사법부 개혁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뉴시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뉴시스)

국회 내부에서는 '적과 아군'으로 보는 시각 탓이라고 진단한다. 거대 양당이 오랜 기간 자리 잡고 있어 생각과 행동이 다르면 배척부터 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양당 의원실에서 근무한 한 보좌관은 "법원 결정이 정치 생명력과 영향력에 영향을 미쳐서 구태가 반복되고 있다"며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끼리 세력을 모으다 보니 사법부까지도 부정하는 모습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정당들의 발언과 행위가 '판결 불복'으로 보기엔 무리라는 해석을 내놓는다. 부장판사 출신인 여상원 법무법인 로고스 변호사는 "국민의힘의 경우 판결에 불복한다고 하려면 법원이 직무집행 정지를 결정하고도 주호영 위원장이 직무를 집행하는 형식을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 가처분 등) 정당 판단에 맡겨야지 법원이 여기까지 개입한 거는 맞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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