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29일 삼성전자에 대한 '거래상 지위 남용' 혐의를 받고 있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인 브로드컴의 동의의결 절차 개시 여부에 대해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동의의결은 법 위반 혐의가 있는 기업이 소비자 피해구제 등 자진 시정안을 제안하고 공정위가 이를 받아들이면 위법 여부를 가리지 않고 사건을 종결하는 제도다.
공정위는 24일 전원회의에서 브로드컴이 신청한 동의의결 절차 개시를 심의한 결과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고 29일 밝혔다. 31일 전원회의를 열어 심의를 속개해 동의의결 개시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브로드컴은 스마트폰 부품을 삼성전자에 공급하면서 장기계약을 강요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브로드컴은 스마트 기기에 꼭 필요한 부품인 와이파이, GNSS(위성항법시스템) 장비 등을 만드는 회사다.
공정위는 2019년부터 브로드컴의 해당 혐의에 대한 조사를 벌여 올해 1월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 격)를 발송했다. 이에 브로드컴은 지난달 공정위에 동의의결을 신청했다. 브로드컴이 공정위로부터 거액의 과징금 등 제재를 받는 대신 이에 상응하는 자진시정을 통해 사건을 종결하겠다는 의도다.
공정위가 동의의결 절차 개시 결정을 미룬 것은 브로드컴이 제출한 자진시정안이 다소 미흡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공정위가 이미 제출된 시정방안에 대한 브로드컴의 개선·보완 의지 등을 추가로 확인한 후 개시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힌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동의의결 수용 요건은 까다롭다. 시정방안이 ‘예상되는 과징금 등 시정조치나 그 밖의 제재와 균형을 이루고,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거래 질서를 회복시키거나 소비자, 다른 사업자를 보호하기에 적절하다고 인정돼야 한다’는 공정거래법상 판단 기준을 충족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브로드컴이 조만간 공정위에 얼마나 합당한 시정방안을 내놓느냐가 관건이다.
다만 공정위가 브로드컴의 동의의결 개시 절차를 수용할 경우 법 위반 혐의가 상당한 기업에 법적 공방과 거액의 과징금을 피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측면에서 '봐주기' 논란이 예상된다.
작년 3월 공정위는 국내 이동통신사에 단말기 광고비와 무상수리 비용을 전가한 혐의를 받은 애플의 동의의결안을 최종 확정했다. 이로 인해 애플은 수백억 원대의 과징금을 피했다. 이를 두고 공정위가 동의의결을 통해 애플에 '면죄부'를 준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